0.7원(곡당 단가)

ab7b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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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랬지만) 이번 글은 특히 더,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 오늘 올렸던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이야기에 대한 보충 설명은 내일 공연이 있어 며칠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 자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씁니다.


저는 3년간 2개의 디지털 싱글, 1개의 정규 앨범과 1개의 EP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되어있는 저의 곡은 16개입니다.

제가 처음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첫 달 저작권료가 30만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 일로 한참 떠들썩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스타 대접을 받곤 했습니다. 저작권료로 그 정도 금액이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당시 저작권료가 그렇게 많이 나왔던 것은 CD 판매 금액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무 살 때부터 "사람들이 음악 들어봐야 1원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 당시는 너무 적은 금액에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고, 그런 상태로 계속 음악을 하면서 현실로는 와닿지 않는 '1원'이라는 글자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제가 만든 음악이 한 번 플레이 됐을 때, 얼마의 가격이 적당한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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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저는 저작권료에서는 현실 감각을 잃게 됐습니다. 이것을 수입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은행 이자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 삶에 보탬은 안되지만 들어오니 기분은 좋은 그 정도로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13,951번 플레이하였고, 제가 받은 금액은(수수료 제외) 38,496원입니다. 이 금액이 많은 건가요? 적당한 건가요? 아니면 적은 건가요?

그냥 묻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저는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스무 살 때도, 음악은 1원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 금액에 만족하며 3년간 살아왔습니다. (그 3년간 저 금액보다 적었던 적이 훨씬 많습니다)


원래 저작권료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기에 정산 사이트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메일이 와있길래 오랜만에 확인을 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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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곡이 7,388번 플레이되었고, 그 가격이 3,223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가격은 수수료를 떼기 전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스트리밍 한 번당 0.43원 정도 됩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0.5원으로 보겠습니다)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0.5원이라는 금액은 현실 금융에서는 사용할 수조차 없는 금액이지요. 은행 이자도 1원 단위로 떨어지는데 제 음악의 가격이 0.5원이라니. 이 금액은 누가 매긴 걸까요?

'전송'이라는 항목이 궁금해 사이트를 찾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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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봐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 사이트를 뒤져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이라는 글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23조(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

② 제1항과 달리 월정액을 받고 음악저작물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경우
(이하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이라 한다)의 사용료는 다음 중 많은 금액으로 한다.

  1. [0.7원(곡당 단가) × 이용횟수 × 지분율] 또는 [월정 700원(가입자당 단가) x
    가입자수 x 음악저작물관리비율]

이 조항에 맞춰 저작권료를 받은 것 같습니다. 어떤 지분율을 곱하는 건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0.7원(곡당 단가)이라는 말이 비수처럼 꽂힙니다.


저는 요즘 스팀잇을 열심히 하므로, 자연스레 스팀잇 보상과 제 저작권료를 같은 선상에 놓게 됩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음악 따윈 얼른 접어 버리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위해 시간을 쏟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스팀잇에 글을 계속 쓰게 된 결정적 이유는 꾸준한 보상 때문입니다. 이곳에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 글을 좋아해 주는 이에게 보팅을 받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글을 쓰는 것이 스팀잇 생태계에서는 당연한 순리입니다. 하지만 왜 보상을 바라고 음악을 만들면 안 되는 걸까요? 왜 그 보상의 정도가 터무니없이 적은 걸까요? 예술가는 언제까지 돈을 좇으면 안되는 걸까요?

누군가 7,000번가량 제 음악을 들었다는 것은 작곡가로서 무척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옆에 적힌 금액 때문에 비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음 앨범을 내야 하는 지에 대해 꽤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팀잇을 떠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문제를 오로지 저의 문제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저의 능력이 부족했고, 사람들이 제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 금액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음반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것은 그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더 정확하게는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먹고 살 정도의 보상을 원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보상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팀잇에서 글의 가치는 보상 금액으로 결정되는데, 그렇다면 제 음악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걸까요?

0.7원(곡당 단가)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