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후 채점과 피드백을 하며

zaedol(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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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학교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에 대한 채점 및 피드백이 한창입니다. 가능하면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서,논술형 문항으로 출제된 문제들이어서 단순히 교사 혼자서 채점하고 그 점수를 통보하는 형식이 아니라 가채점한 것을 그 아이와 1:1로 대면하여 표현이 덜 되거나 잘 못 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첨언이 필요한 것은 들려주면서 채점하는 것, 그 자체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렇게 채점하여 받은 점수에 대해서 크게 불평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간을 계기로 교사는 학생을 더 알게 되고 학생은 교사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됩니다.

한 학생이 '무한소수 0.333...에 대해 글을 썼는데 0.3보다 0.33이 더 크고 0.33보다 0.333이 더 큰데 0.333...은 이런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니 무한히 큰 수이다.'라는 논리로 글을 전개해 놨더군요. '무한'이라는 말과 '무한대'라는 말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에 오는 오개념이 잘 드러난 글이지요. 0.333...은 순환소수니까 분수로 바꿀 수 있겠냐고 그럼 바꿔보라고 하니 3분의 1로 바꿔냅니다. 3분의 1이 무한히 큰 수인 거 같냐고 물어보니 아닌 거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3분의 1과는 별개로 0.333...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한히 큰 수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에 그럼 1이 클까? 0.333...이 클까?라고 묻자 입을 닫고 한참 생각합니다. 그러더니 0.333...이 무한히 큰 수가 아니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용기내어 주어 고맙다고 눈빛으로 말해 보았습니다. 머리로는 깨달아도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어쩌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순환소수를 가르칠 때 제논의 역설을 예를 들어 나름 아이들이 그 내용을 알기 쉽게 수업을 했어도 '무한'(실제적으론 '무한소')과 '무한대'에 대한 구분을 확실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 시간에 문제를 풀면서 고민을 한번 더 하고 피드백 시간에 설명을 들으니 완전히 이해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의 채점과 피드백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엄청 든다는 것이지요. 학생이 많은 경우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학생수가 적은 학교라 시도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가채점을 좀 더 꼼꼼히 해 가면 시간을 더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이런 채점 및 피드백 시간이 너무 좋은데요. 아이들 한명 한명의 논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답안에 작성한 글을 채점기준표에 의거해서 점수를 부여하다가 문득 스팀잇 포스팅에 업보팅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근에 피라미 급이 되면서 업보팅할 때 보팅%게이지가 생겨서 다양하게 업보팅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업보팅할 때 잠시 몇 퍼센트로 업보팅해야 하나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아이들이 쓴 서,논술형 답안의 글에 채점을 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죠. 스팀잇에 많이 빠져있나봅니다. 업보팅%를 조절해 가며 업보팅을 하다보면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 포스팅에 대해 평가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답안에 점수를 부여하고 그 점수를 합당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은 그 답안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들어보고 답변 혹은 설명을 해서 아이들을 납득시켰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스팀잇에서 포스팅에 대한 업보팅을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포스팅에 대한 나의 생각과 포스팅에 대한 궁금점을 댓글로 최대한 정성들여 남기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험(평가)도 어쩌면 수업의 일부가 되어야 겠고 시험을 통해 아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이 아닌 모르는 것을 배울 수도 있어야 하리라 봅니다. 경쟁을 가시화 하기 위한 줄세우기의 수단이 아니라 본인의 성장을 확인하고 다시 성장의 기회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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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dorothy.kim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