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글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칠현금이나 퉁소의 소리는 마음의 소리라서 결코 가장할 수가 없는 것이외다. 소제와 곡형이 서로 사귀게 된 후 칠현금과 퉁소 소리로 서로 화답하는 가운데 마음과 뜻이 통하게 되었소.”
- 김용(金庸) '소오강호' 중에서
친구는커녕 같은 자리에 함께 있을 수도 없는 정파와 사파의 무림고수가 음악을 통해 친구가 된다. 그들은 언어가 아닌 음악으로, 언어로는 할 수 없는 진정한 소통과 우정을 나눈다.
김용의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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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주할 때(특히 즉흥 연주) 서로의 소리를 듣는 연주자가 있다. 정확히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듣는다.
단지 연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합주하는 연주자들이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배려하며 대화를 나누면 최고의 연주가 나온다. 연주 테크닉이 좀 떨어져도 그런 마음이 통하면 훌륭한 합주가 이루어진다.
2018 ㅍㅍㅁㅍ 파주자유음악잔치에서 배우미들이 그런 연주를 했다. 누가 하나 나서지 않고 서로 배려하며 마음을 맞추는 연주를 했다. 소위 ‘프로’들의 기술적인 합주보다 훨씬 훌륭했다.
// 덧.
예전에 잘 모르는 사람과 즉흥연주를 하게 된 적이 있다. 연주를 하면서 ‘결’이 맞지 않음을 느꼈다. 테크닉은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과 맞추려 하기보다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연주였다.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상해서 그를 철저히 무시하는 연주를 했다. 나와 잘 맞는(대화하려는) 연주자하고만 대화를 나눴다. 결이 맞지 않는 연주자가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연주였다.
그와 다시는 연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음악으로 말했다. 하지만 합주가 끝나고 나서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나의 말을(음악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중에 그의 평판을 들었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음악은 마음의 소리라 결코 가장할 수 없다.’
하지만 음악(마음의 소리)을 듣지 못하는 자에게는 진심을 말하건 가장을 말하건 아무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