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과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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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의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다. 6~70대로 보이는 한 수컷 사피엔스가 그 신호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파란불로 바뀐 다음 나도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 수컷 사피엔스는 언제 불을 붙였는지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었다. 담배연기를 피해 그를 앞질러 가려고 걸음을 빨리 했다. 그는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나의 목적지도 이곳이었다.

나는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붙어 있는 안내판을 가리키며 그 수컷 사피엔스에게 말했다.

“선생님, 여기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 원이라고 쓰여 있네요.”

그는 표정 없이 힐끗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아무 대답이 없다. 다른 곳을 바라본다. 그는 끝까지 담배를 피우고 역시 ‘자연스레’ 꽁초를 바닥에 버린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 노선도를 확인하더니 그 자리를 떠났다.

버스 정류장과 담배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