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동자의 하얀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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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었다. 어느 작은 지방 도시의 작은 다리 위에, 출근하는 차들이 줄 지어 늘어서 있었다. 정체로 인해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릴 정도였다. 라디오를 틀고 밖을 구경했다. 막힌 차들 옆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남자 세 명의 뒷모습이 보였다.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였다. 다들 털모자에 솜으로 누빈 두꺼운 바지를 입었다. 낡은 배낭을 짊어지고 바삐 걸어가는 것으로 봐서 작업 현장으로 가는 노동자들인 것 같다.

때 마침 그 남자들이 가는 길 앞쪽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날씨는 맑은 편이었는데, 하늘에 살짝 걸쳐져 있는 구름 사이를 뚫고 햇빛이 선명하게 직선으로 퍼져 나왔다. 그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거침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예전에 KBS TV문학관과 MBC 베스트셀러 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는데, 마치 그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추운 겨울날, 폭설 때문에 발이 묶인 한 남자가 시골 마을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혼자 막걸리를 들이켜는 장면들, 영화 필름 질감의 살짝 지지직거리는 화면들, 그리고 정확하게 맞지 않는 후시녹음이 오히려 정감 있었다.

물론 추운 겨울에 아침 햇살을 뚫고 걸어가는 세 노동자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 이유가 단지 예전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은 아니다.

바삐 걸어가는 세 남자의 머리 옆으로 하얀 입김 세 줄기가 흘러나오는 모습과, 가만히 줄 지어 서있는 차들의 머플러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가 묘하게 대조를 이뤘다. 이 작은 도시의 작은 다리 위에, 차들은 조용히 죽어 있고, 그 세 남자만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어느 노동자의 하얀 입김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