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정도의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2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내 앞의 앞의 회색 아우디 세단이 뭔가 이상하다. 반복적으로 차선을 좌우로 살짝 넘나 든다. 처음에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못된 차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졸음운전 같다. 차들이 적지 않아서 추월하기는 힘들다.
3차로로 옮겼다. 그런데 그 차도 3차로로 옮겨서 바로 내 앞에서 달린다. 거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속도를 줄였는데 그 차도 속도를 줄인다. 여전히 좌우로 왔다 갔다 한다. 2차로로 다시 옮겨 한참을 달렸지만 그 차와의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앞서기도 힘들고 뒤로 떨어지기도 힘들다.
차가 정체되기 시작한다. 그 차와 거의 옆에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차가 또 움찔하며 차선을 넘어 내 차 옆에 붙는다. 핸들을 급히 틀어 피하는 그 순간, 그 차의 운전자를 보았다.
20~30대로 보이는 한 수컷 사피엔스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밝은 미소를 보는 순간, 그 어떤 납량 특선 공포영화보다 모골이 송연하고 마음이 금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