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깊게(아니, 실은 깊이는 아니라 살짝) 고민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장인(匠人)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father-in-law'라고 말하는 재치를 부리며 자신이 장인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세상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자신의 작업은 무언가 다르고 깊이 있어야 한다.
빠르고 복잡하며 화려한 테크닉을 강조하면 안 된다. 그건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깊이 있게 보이려면 좀 느리고 단순하면서도 완급을 조절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
구조를 너무 실험적으로 만들어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뻔해도 안된다. 구조를 너무 실험적으로 만들면 뭔가 억지로 있어 보이려고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정통적인 구조는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살짝 변화를 주는 유니크함을 만들어야 '깊이 있게' 보일 수 있다.
소리의 질감도 너무 새로우면 안 된다. 일단은 정통적인 소리를 재현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한 장르를 끈덕지고 깊이 있는 장인처럼 파고들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새로운 질감을 만들고는 싶지만 그럴 능력은 없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작업했다. 작업의 완성도와 작업하는 재미와 즐거움보다 세상 사람들의 평이 더 중요했다. 이렇게 만들면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높이 평가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그는 스스로 세상 사람들의 평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세상 사람들의 평 같은 것보다는 작업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고 외부에 말했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은 세상 사람들의 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생각과 겉으로 드러낸 말이 서로 달랐다.
그는 겉으로 드러낸 말(작업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자신의 진심이라고 믿었다.(그러려고 노력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처음에는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점차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했으며 타협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는 시작할 때부터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 아니었다. 깊이 있게 '보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은 심리학적으로(그리고 논리적으로) 깊이 있게 보이려는 것과 깊이 있는 것은 같은 말이다. 사람은 그 사람 자체에 의해서 인식(결정)되지 않는다. 상대와의 비교 또는 대립을 통해 인식(결정)된다.
하지만 그는 이런 논리적 인식(결정)과는 별개로, 자신이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깊이 있어 보이지만 깊이는 없는 그의 작업이 그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