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 '미하일 바쿠닌' 평전 / E. H. 카
700쪽이 넘는 이 책은 마치 무협지와 같아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당대 마르크스와 이름을 나란히 했던 혁명가.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반대하여 마르크스와 대립했던 아나키스트 미하일 바쿠닌.
바쿠닌 역시 아나키스트들에게는 마치 교조(敎祖)처럼 추앙받기도 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교조처럼 추앙받는 것은 매우 '나쁘'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과 추앙하는 것은 전혀 다름에도 많은 인간들은 이를 혼동한다. 그 정치인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그 정치인과 자신을 서로 다른 주체적 '개인'이 아닌, 우리, 가족, 씨족 같은 '사적으로 친밀한 집단'으로 착각한다. 그런 인식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저자 'E. H. 카'가 그런 인식을 비판하기 위해, 혹은 개인적으로 바쿠닌을(또는 아나키즘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평전에는 바쿠닌의 인간적인 단점이 매우 적나라하게, 많이, 묘사되어 있다. 나는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묘사가 매우 좋았다. 바쿠닌은 '위대한 혁명가'인 동시에 평범하고 때로는 나약하며 단점 많은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오히려 저자의 그 묘사 덕분에 바쿠닌에게 더욱 호감이 갔다.(물론 추앙하지는 않는다)
바쿠닌은 허세가 심하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며 때로는 돈키호테처럼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성향이 있는데, 치밀한 마르크스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지도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 성격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바쿠닌을 묘사한 내용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성향이다. 나는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때로는 존경한다. (물론 추앙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