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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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한 남자 선배는 한 학기 내내 먼저 인사해주고 존댓말로 말을 걸어주었다. 2학기 때는 군대를 간 모양이다.

미대는 재수생도 많고, (3수, 4수, 5수 그리고 6수생도 봤다) 미술학원에서 서로 다 아는 사이라 학번을 따지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 그래도 그 선배는 유달리 괜찮았다.

그 선배의 행동은 이 과에 들어오길 참 잘했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선배의 행동은 ‘전통적’이지 않은 좋은 ‘전통’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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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해서 부르는 습속은(형식이나 격식은) 권력을 더 많이 가진 자가 권력을 덜 가진 자에게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선배’를 깍듯이 모시며 이런 ‘전통’에 협력하는 ‘후배’들은 훗날 그 권력과 이득을 쉽게 물려받기를 기대한다.

선배가 후배를 ‘위한다’는 말이나 후배가 선배에게 ‘예의를 차린다’는 말은 ‘전통적으로’ 권력과 이득을 서로 공고히 하고 분배하는 집단의 이익 분배 시스템을 말한다. 원숭이 무리들이 위계에 따라 먹이를 분배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집단 전통을 유지시키는데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격식이나 형식을 강요하는 ‘폭력’이다. 물리적인 폭력, 언어폭력도 포함된다. 결혼식에서 함을 주고받는 ‘전통’은 아예 신부를(여자를) 약탈하는 폭력에서 유래했다. 권력(힘)은 대부분 폭력이다.

무형문화재 같은 예술 전통이 아닌, 특정 집단에서 내려오는 ‘전통(관행)’이란 대부분 폭력(권력)에 기반해서 만들어진다.

_덧.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에서 동사 황약사는 사회의 관습을 거부하는 기인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예절’은 혐오하지만 ‘예’는 우러러보는 장면이 있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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