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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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에서 반드시 마주쳐야 하는 스마트폰 좀비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좀비 본인은 앞에 걸어오는 사람들을 다 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우측보행이라도 지키면 좀 낫겠지만, 스마트폰 좀비는 앞에 사람이 걸어오면 본능적으로 그 사람 앞으로 걸어간다. 사람이 오는 곳으로 걸어가야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좀비 앞에 걸어오는 사람은 길을 알려주는 안전 표지판 역할을 한다.

‘좀비’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것이, 흐느적거리면서 걸어오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멀리서 그 좀비를 보고 한쪽으로 피하는데도 굳이 내 앞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먹이(나)’를 향해 걸어오는 좀비의 모습 그대로다.

‘나는 그냥 이렇게 내 방식대로 가고 있으니 상관하지 말고 네가 비켜라.’

길거리의 스마트폰 좀비는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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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흐느적거리면서 걸어오는 스마트폰 좀비 하나가 눈에 띈다. 그런데 꽤 어려 보인다. 아무리 많이 봐도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저런. 저렇게 어린아이가 벌써 스마트폰 좀비가 되다니.

그런데 들고 있는 물체의 부피가 좀 크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양쪽으로 넘길 수 있는 그 종이책이다! 지나가면서 슬쩍 (자세히) 쳐다보았다. 2~300쪽은 될 것 같다. 글씨도 크지 않다. 어린이용 책이 아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책에 푹 빠져있다. 위험해 보이는데 나름 사람들을 잘 피하면서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나 때문에 길을 걷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겠구나. 민폐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오랜만(인가요)
#페북대놓고지자랑체

종이책 좀비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