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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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혹은 수학자)가 칠판 가득히 이런 수식을 써 내려간다. 갑자기 판서를 멈춘 그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말한다. “완성됐어!” 웅장한 배경음악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그 광경을 바라보던 청중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다.

일반인이 갖는 과학(혹은 수학)에 대한 경외심과 동경이 드러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숫자와 과학에 대한 동경이(열등감이) 클수록 숫자는 단순히 ‘있는 사실’을 표기하는 것을 훌쩍 뛰어넘은 ‘진리’가 되기도 한다.

권위 없는 무능한 직장 상사는 서류에 적힌 숫자를 자신의 ‘권위’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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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중 처장이 서류에 적힌 숫자를 가리키면서 작년 실적이 나쁘다고 질책한다. 그 숫자를(실적을) 만든 교수들은 이미 다른 과로 옮겨갔다. 질책을 받는 두 교수는 올해 처음으로 이 과의 정교수가 되었다. 그들은 그 숫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 처장은 학교의 디자인 업무를 맡은 보직 교수의 업적평가 점수가 낮다고 질책한다. 바쁘고 업무가 과중한 건 이해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라고 말한다. 모두 다 힘들다. 위기상황이다. 디자이너 충원은 무리다. 라고 말한다.

그 보직 교수는 디자인 회사라면 3명의 디자이너가 할 일을 혼자 하고 있다. 그 교수는 지금보다 더 노력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잠을 아예 자지 않던가 아니면 복제인간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하지만 그 말은 ‘위기’라는 추상적인 협박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 세상은 언제나 ‘위기’다. 경제는 언제나 어렵고 안보는 언제나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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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숫자에는 빠진 것이 많다. 그 숫자를 만든 사람들의 삶은 표기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직장에 억지로 취업시키고 가짜 전시를 만들어서 취업률과 취업유지율을 높인다. 그 숫자를 높이기 위해 개인의 삶은 사라진다. 그 피폐해진 삶과 거짓은 숫자에 표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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