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아티스트'

yunt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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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라 오늘처럼 더운 날은 아니었다. 야외공연이 있었다. 실내보다 야외공연은 사운드 잡기가 어렵다.

최악의 공연은 내 모니터 앰프에서 들리는 악기들 소리보다 건너편 건물에서 반사되는 악기 소리가 더 컸던 경우다. 연주하는 멤버들의 손 움직임을 보고 그에 맞춰서 드럼을 쳤다.

야외공연에서는 사운드의 질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다른 악기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만족했다.

여러 팀이 공연하는 경우 리허설 때 맞춘 사운드가 공연에서 똑같이 나오는 것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 리허설은 처음 공연하는 장소에 한 번 앉아봤다는 안도감을 얻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 수많은 야외공연 중에서 사운드가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뿐이었지만, 너무나 좋아서 지금도 뚜렷이 기억난다. 리허설 때보다도 좋았다.

모니터 앰프를 통해 내가 연주하는 드럼 소리와 모든 악기 소리가 다 선명하게 들렸다.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 사운드의 질감도 좋았다. 멀리 떨어져 연주하는 멤버들의 감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웬만한 녹음 스튜디오보다 좋았다.

그 사운드 덕분에 내 연주력이 몇 배 이상 급상승한 느낌이었다. 그 음향 엔지니어는 ‘아티스트’였다. 혹시나 음악 쪽과 거리가 있는 페친들을 위해 부연 설명하자면 훌륭한 대중음악가가 ‘아티스트’로 불리는 것처럼 훌륭한 음향 엔지니어도 ‘아티스트’다.

공연이 끝나고 그 ‘음향 아티스트’를 찾아가 존경과 경외심을 담아 인사했다. 그때 연락처를 못 받아온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