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단순한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 다음에 그 일을 끝맺는다. 할 일이 없다면 새로 만들기도 한다. 사드 마조히스트인 인간은 ‘어렵고’ ‘복잡하며’ ‘많은’ 일을 해결한다는 환상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낀다.
매슬로의 5단계 욕구 중 마지막 단계, 자기만족을 느끼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인간의 가학 피학적 성향과 뒤섞인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관습’이 있다. 차례·제사 문화, 1장의 보고서가 10장으로 번식하는 것, 불필요한 한자와 고전 문법으로 이루어진 문서, 복잡한 행정 처리 절차 등.
이런 자아실현의 욕구는 보통 ‘위에서 아래로’ 강요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더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낮은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한다. 낮은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일을 ‘불필요한 절차’에 따라서 해결한다. 하지만 ‘자아실현의 욕구’는 권력이 높은 사람이 충족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면 인간은 기본소득으로 살아가게 된다. 수많은 인간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
앨런 머스크는 곧 다가올 미래에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의 소외감이 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직업’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시뮬레이션 직업은 실제로 어떤 ‘상품’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일을 한다고 ‘느끼게’ 해주는 가상의 일이다.
그런데, 현재도 ‘시뮬레이션 직업’이 사회 곳곳에 있다. 소위 ‘회전문’ 인사라고도 하는, 고위직을 서로 돌려가면서 맡는 관행이 있다. 그들은 하는 일 없이 명예와 높은 연봉을 보장받는다. ‘이사’, ‘고문’, ‘사장’, ‘총장’ 등의 직함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