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도중 내 입에서 '젠틀 자이언트'라는 록밴드의 이름이 나왔다. 그러자 상대방이 어떻게 내가 그 밴드를 아느냐며 (집요하게) 물었다. 그는 내 음악'수준'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젠틀 자이언트'같은 유명하지 않은 록밴드는 모르는 수준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것은 남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가 아는 것을 남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는데, 전자가 인격적인 면에서는 낫지만 둘 다 성급한 면이 있다. 후자는 성급함에 '못됨'이 첨가되었다.
'내가 아는 것은 남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며 남을 대하는 사람들은 그 '겸손'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남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어떤 겸손은 '겸손'이 아니라 남에게 겸손하게 보임으로서 더 잘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다.
남이 나보다 많이 알건 적게 알건, 그런 것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남의 시선에 좌우되는 객체이면서, 아직은 미성숙한 사람일 것이다.
지나친 겸손, 그건 겸손을 가장한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남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그 '겸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