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서울 톨게이트를 앞두고 고속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 그런데 평소보다 '조금' 더 막힌다. 오늘따라 차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알고 보니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충돌사고를 수습 중이다. 작은 사고는 아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꽉 막혀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을텐데 차들의 진행이 나름 빠르다. 뒤에서 지켜보니 한 대씩 순서를 지키면서 순조롭게 빠져나가고 있다. 먼저 가려고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도 없고, 양보하지 않고 그냥 밀고 가는 차도 없다.
얼마 전, 성산대교에서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다. 한 차선이 사고 수습하느라 막혔다. 평소에 15분이면 가는 길이 1시간 40분 걸렸다. 남들보다 먼저 가려고 무리하게 끼어들고 양보하지 않는 차들 때문에 사고 현장보다 그 주변이 아수라장이었다.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큰 사고가 났음에도 평소와 별 차이 없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사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막히는 구간에서 내 앞에 있는 차들이 급제동, 급출발하지 않는다. 위협적으로 뒤에 바짝 붙는 차들도 없다. 레이서처럼 급하게 차선 변경하는 차들도 없다. 모두들 방향지시등을 '먼저' 켜고 '천천히' 끼어든다.
이상한 날이다. 하긴 이런 날이 하루는 있어야지. 이런 이상한 날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차들이 자율주행으로 바뀌고 인간운전금지법이 실행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런 이상한 일상이 아주 먼 얘기는 아닐 것 같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