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디자이너)의 사회 참여

Words
279
Reading
2 min
Listen
Play
8y

-'통일'을 주제로 한 디자인 작업과 전시-

한 디자이너가 시민이자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사회참여활동에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남북) 통일'이라니. 좀 올드하고 경직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교육받으며 자랐다. 통일이란 마땅히 해야만 하는 것으로 강요되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분히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이었다.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을 해야 하며, 남북한이 하나가 되면 '강국'이 된다는 국가집단주의적 사고가 담겨있었다.

젊은 세대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의견 중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이 되면 남쪽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내'가 먹고사는데 방해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존의 통일에 대한 생각과는 다르게, 통일을 주제로 한 디자인 작업에서의 '통일'이란, 집단주의적(민족주의, 국가주의)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를 걷어낸 개념이라고 본다.

한국인(남한 사람)이 아닌, 세계시민으로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적) 폭력'을 반대하고 이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분노가 아닌 증오다. 분노는 순간적 감정이고 증오는 오래 지속되는 감정이다. 한반도 주변 6개국의 지배세력들이 남북 분단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폭력'의 공포로 겁박하며 통치한 지 60년이 훌쩍 넘었다. 통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념, 민족, 경제문제가 아니라 '폭력'을 반대하는 세계시민이기 때문이다.

집단주의적, 경제적 의미를 걷어낸, '통일'에 관한 시각적 이미지를 디자인함으로써 디자이너가 주체적으로 사회참여활동을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된 '국가'의 국기, 지폐, 여권 디자인 같은 '국가적'인 디자인도 한 방법이지만 이런 방법은 좀 일차원적이다. 그보다는 공공디자인, 특히 공적인 문서양식을 디자인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60년 이상 분리된 남북한은 말과 문자 표기 방식이 꽤 달라졌다. 언어는 사람의 관념을 지배한다. 달라진 언어체계는 시스템을 변화시킨다. 남북한 사람들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 시스템을 사용한 공공디자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통일 디자인이 될 것이다.

통일이란 여러 집단이 더 큰 하나의 집단이 되는 것이므로, 국가와 민족이라는 집단 개념에 반대하는 '통일'은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을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glocalization(비록 마케팅 용어에서 시작되었지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