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결석과 지각, 조퇴가 잦은 편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눈에 띄었던 이유는 설명할 때 앞을 거의 쳐다보지 않아서였다. 17년째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 듣는 학생들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게다가 그 클래스의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수업을 '너무' 열심히 듣는 편이어서 수업을 듣지 않는 그 학생이 더욱 눈에 띄었다.
가지런히 질서 정연하게 정렬된 정사각형 수십 개가 배치되어 있는 화면 '맨 윗줄'에 부정형의 타원 하나가 불뚝 솟아있는 것 같다. 그 학생은 언제나 맨 뒤에 앉기 때문에 나의 시각으로는 가장 윗줄에 위치한다.
인간은 책을 볼 때 위부터 읽기 때문에 윗줄이 명시도가 높다. 강단에 서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맨 뒷줄에 앉아있는 학생이 눈에 잘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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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을 시키고 돌아다니며 한 학생씩 체크했다. 그 학생은 역시 내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는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다른 방향'이 창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 학생에게 '잘못'되었다고 설명했다. 그 학생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자신 있게 말해야 한다'는 자기 계발서 같은 것을 읽은 말투였다.
'수업을 안 들었으니 당연히 모르지'라고 말할 뻔했다. 이런 말은 상대방의 '태도'를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태도'를 비난하는 것은 내가 가장 경멸하는 짓이다.
나는 가지고 있던 USB를 그 학생의 컴퓨터에 꽂고, 수업시간에 설명했던 자료를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이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 설명했었는데 혹시 기억이 나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그 설명을 할 때 그 학생이 안 듣거나 중간에 나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학생은 못 들었다고 말하면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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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언제나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