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과 가래침, 그리고 수컷 사피엔스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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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곳을 가보진 못했지만 외국에 나갔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다른 문화를 구경하는 것보다도, 가래침 뱉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의 길거리와 공공장소에서 매일 들어야만 하는 가래 뱉는 소리는 아무리 많이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외국은 천국이었다. 한국의 공항에 도착해서 인간들과 몸을 부딪히고 가래 뱉는 소리를 듣게 되면 비로소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왜 유달리 이곳(한국)에 사는 인간들, 특히 수컷 사피엔스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가래를 뱉는 것일까. 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10대~40대까지 팬층이 꽤 넓은 만화 '열혈강호'의 한 인상적인 장면이 기억난다. 악역인 주군은 거의 신과 같은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다. 이 만화를 보는 독자들은 그 무공에 공포와 좌절을 느낀다. 그의 가장 뛰어난 부하가 주군 앞에서 가래침을 뱉으며 반기를 드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희망과 카타르시스를 준다.

침을 그냥 뱉는 것이 아니라 먼저 '카아악~'하며 아주 큰소리를 낸 다음 뱉는 행위는 '나는 힘이 세요. 나한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라는 뜻을 주변 개체에게 알리는 수컷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습성이다. 그리고 단지 '위협'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무리의 다른 개체들과 교감을 나누는 행위다.

실은 후자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한국 지역에 서식하는 수컷 사피엔스는 자신이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홀로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철저하게 집단적이며 객체적이다. 힘이 센 알파 수컷을 숭배하며 동경한다.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을 강하게 욕망한다. 그 욕망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순순히 복종한다.

사회집단에서 알파 수컷이 되지 못한, 그 욕망이 좌절된 수컷 사피엔스는 자신의 가정에서 알파 수컷이 된다. 우리는 자신의 개별 거주지에서만 알파 수컷이 되는 수컷 사피엔스를 '가부장'이라고 부른다.

이 습성의 뿌리는 꽤 넓고 깊다. 사회적으로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수컷 사피엔스가 공적인 자리에서는 점잖은 단어를 선택하며 대화를 나누지만, 자신의 또래 친구(어릴 때부터 같은 지역에서 서식했던)를 만나면 '씨x'이나 '존x'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교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단어를 사용해야만 자신이 그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안심한다. 그런 단어를 사용하고 침을 뱉어야 '소탈'하고 소위 '수컷(남자)'답다고 느낀다.

한국 지역에서 서식하는 수컷 사피엔스들이 다른 지역의 수컷 사피엔스들에 비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가래를 뱉는 이유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연약하기 때문이다. 홀로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헛기침'이라도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주위에 알려야 한다.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변에 알려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홀로 있을 수 있는 주체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체적이지 못한 수컷 사피엔스를 탓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이 한국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경쟁에서 탈락해 나락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홀로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펴 줄 집단에 소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집단의 다른 개체들과는 '진한' 교감을 나누며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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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
이 글을 너무 진지하게 읽지 말고 재미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혹 '재치 부리려는' 이런 류의 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어 '노파심'에 보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