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합주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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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진행, 리듬, 선율 등의 순서에 맞춘 improvisation(즉흥연주)는 별로 매력이 없다.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만 '자유'롭게 뛰어 놀라고 강요받는 느낌이다. 틀 안에서의 자유는 오히려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연주를 그 틀로 압박하고 얽어맨다. 차라리 작곡된 곡을 충실하게 재현(연주)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다. 즉흥연주는 정말로 매우 잘 하는 연주자와 하지 않으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틀 자체가 없는 완전한 자유즉흥(free improvisation) 음악이 그나마 재미있다. 물론 완전한 프리뮤직도 연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는 틀에 박힌 듯 재미없는 경우도 많다. 나는 합주로 프리뮤직을 연주할 때는 나의 밴드 멤버들과 하는 것만을 좋아한다. 그들과 합주할 때만 무궁무진한 재미와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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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밴드의 멤버가 잘 모르는 다른 사람과 즉흥합주를 하려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끼어 있어서 같이 하고 싶지 않았지만 멤버의 요청으로 드럼 세트에 앉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사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나이를 따지는 습성이 배어 있다. 그 모르는 사람이 연배가 있어 보여서 일단 그의 연주를 따라가며 맞춰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참을 맞춰주면서 연주를 하는데 꽤 재미가 없다. 코드, 리듬, 선율 구조의 틀에 맞춘 전형적인 즉흥연주였다. 예의는 충분히 차린 것 같아서 중간에 몇 번 리듬을 살짝 깨는 '공격'을 해보았으나 나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따라오지 못한다. 합주가 이상해지기 시작해서 다시 그에게 맞췄다. 연주 테크닉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봐서 전문 연주자는 아니고 음악을 꽤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고 열심히 연주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 함께 합주하면서 받은 인상은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긴다기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몇 번인가 다른 방향으로 가보자는 의도를 내비쳤으나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뭐 처음 함께 연주하는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마무리 리듬으로 이끈 다음 즉흥 합주를 끝냈다. 합주를 마치면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라서 인사를 하려는데, 묵묵히 악기를 정리하고 자리로 들어간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인 것 같다. 음악 하는 사람 중에 그런 성격도 많은지라 이해할만하다.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함께 온 지인들이 그가 땀에 푹 절은 것에 비해 나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며 웃는다. 어쨌건 충분히 배려하고 예의를 차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꽤 재미없었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와 다시는 즉흥합주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되뇐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