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을 나갈때에, 맞선을 볼때에 대머리남자는 싫다. 아무리 직장이 좋고 다른 배경이 좋아도 대머리면 싫다. 마치 남자들이 키 작고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면 싫다고 하듯이 말이다. 외모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할 나쁜 관습이라고는 입 밖으로 말들을 내뱉지만, 막상 나에게 그런 상대가 앞에 온다면 싫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일보의 기사란에 실린 "아무리 돈 많아도 대머리는 좀" 이라는 기사내용은, 한국사회에서 대머리에 대한 편견과 그로인해서 탈모증 환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당하고 있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는 기사내용이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병원서 탈모 치료(비급여 제외)를 받은 적이 있는 탈모환자는 2015년 20만8,534명, 2016년 21만2,916명, 2017년 21만5,025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연령대로 보면 남성은 30대(3만2,839명), 여성은 40대(2만1,172명)가 가장 많다. 병원 치료를 받는 탈모인이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탈모인구는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탈모 관련 논문들에 따르면 백인 남성의 탈모비율은 45%, 흑인도 40% 정도다. 서양인 50대 인구의 50%는 탈모를 겪는다는 연구조사도 있다. 하지만 동양인의 경우 25~30%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다. 소수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이 대비돼 눈에 잘 띄기 때문일까. 탈모에 대한 편견과 조롱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하다.
유독 한국인들이 탈모에 대해서 민감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현상이라고 한다. 이 대머리 증세는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여자 탈모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남자들 보다 몇 배나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 역시도 여자의 외모에 대한 기준은 남자에 대한 것보다도 더 까다롭고 눈높이 기준이 더 높기 때문이겠다.
< 탈모증세를 앓고 있는 여성의 머리모습>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는 공통적으로 경계해야하고 타파해야할 몹쓸 사회적 편견일 뿐이라고 하면서 내면을 가꾸고 실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항상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자신의 직접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그렇게 선택이 되어질 수 있을까를 직설적으로 물어 들어온다면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이중성을 드러내게 된다.
이것이 한국인들만 그런 것인지 다른 나라문화에서도 다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외모에 대한 가치관에 있어서 한국인들은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 자체가 너무 보편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한국인들에게서는 유달리 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체면치레 문화와 결합된 보여주기 인생관이 더 강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 저 대머리 남자를 사랑하지만 저 남자는 대머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 대머리라고 놀리게 되면 나까지도 이상한 여자로 보게 될거야" 라는 지레짐작의 자기폄하, 혹은 " 저 사람 자체는 정말 좋지만 몇 가지 흠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까지도 얕잡아볼거야" 라는 상대를 통해서 나 까지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를 의심하는 것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외모는 정말 중요한 것이고, 아예 외모를 위해서 죽고 살고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삶의 척도가 된다.
다만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계가 자꾸 논란이 되어지다보니, 자신들 역시도 사회적인 인식을 따라서 외모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지 않는 척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외모에 대한 기준을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정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키가 작아서 싫어하든, 뚱뚱해서 싫어하든, 대머리라서 싫어하든, 가슴이 빈약해서 싫어하든, 남자가 가발을 쓰고 있는 것을 들통나서 톼짜를 맞든, 여자가 뽕브라로 가슴을 크게 부풀린 것을 들켜서 퇴짜를 맞든간에,
같이 생활을 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에 있어서 그 외적인 특성이라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마음의 느긋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과 말로 인한 특질인 것이지 외모적인 특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띠지고 들어가보면 외모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상대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자신의 정신적 안정감이 빈약하다는 정확한 방증이면서도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미련함이 진짜 원인인데도 말이다.
그냥 보기에 좋은 것은 보기에 좋은 것일뿐, 보기에 좋은 것이 질이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말로 질 좋은 것을 잘 찾아내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도 그만큼 질이 좋기 때문인 것이고, 아예 보기에 좋은 것을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된다.
아직도 이 세상의 기준이 눈으로 보기에 좋은 것만 자꾸 좋다고 하는 것은, 지금 세상의 사람들 눈높이 수준이 그러하니 그 정도의 기준에 맞추어서 보기 좋게만 꾸미고 있는 것 일뿐, 아직도 세상사람들의 질적인 수준이 얼마나 허무한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바로미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