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138. 남녀 짝짓기 방송 프로그램인 '사랑의 스튜디오' 는 왜 방송가에서 사라졌을까
아마도 90년대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당시에 상당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TV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사랑의 스튜디오' 라고 하는 남녀커플을 짝짓기 해주는 사랑게임방식의 연예방송이 있었다. 이 프로가 매주 일요일마다 단연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이성을 처음 만나서 혹시나 하는 설레임과 함께 더 좋은 조건의 더 좋은 자격의 배우자를 골라서 결혼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연애강박증의 문화가 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남녀 커플 짝짓기 식의 방송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남녀 커플 짝짓기 방송 프로그램이 90년대 이후를 건너서 2000년대 까지도 꾸준히 이어지다 서서히 인기를 잃기 시작하더니 방송가에서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지금 방송가에도 '짝' , '연애도시' 처럼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남녀 짝짓기 연애 프로그램이 일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체 시청률은 2% 안팎으로 아직 정규방송에 편성된 것은 없다고 하니, 과거 '사랑의 스튜디오'가 매주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정규방송에 편성되면서 전체 시청률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 국민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대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 이 방송을 한 동안 꾸준히 시청을 했던 사람으로서 그 방송내용 중의 몇 가지 특성을 짚어보겠다. 그 당시의 젊은 층의 연애문화라는 것은 오늘날의 인터넷 디지털 세대의 연애문화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적 가치관이 기본이 되는 문화이다보니 연애의 주도권은 거의 남성의 몫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였다.
예를 들어서 남녀가 만나서 데이트를 하면 남자쪽이 모든 비용을 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고, 남자가 알아서 분위기를 주도해 주어야 하며,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알아서 눈치껏 알아차리고 맞추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여자는 적당히 싫은 척 내숭을 까면서 틩기고 내빼는 것이 있어야 매력적인 것이며, 반면에 남자는 박력이 있어야 하고 여자를 알아서 척척 리드해나가는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러한 남녀연애문화의 가치관 속에는 당연히 " 남자는 백마탄 왕자여야 하고, 여자는 신데렐라 풍의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이면서 남자 등 뒤에 얹혀서 가는 수동적 존재" 로서 인식하는 관념이 지배적으로 들어있는 것이었다.
과거의 짝짓기 연애 프로그램들 중의 하나였던, " 사랑의 스튜디오" 라는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에, 몇번 정도 그러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화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아직도 기억을 하는 것이 있다. 어느 한 여자 출연자가 사회자로부터 " 어떤 스타일의 남성을 좋아하느냐?" 라는 질문을 받게 되자 그 여자가 대답하기를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던 멋진 남성의 여러가지 조건적인 면을 나열을 하더니만, 그 중에서 "저에게 다가와서는 키스해도 괜찮겠습니까? 혹은 안아도 되겠습니까? " 이렇게 물어보는 남자라면 정말 싫구요" 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 있었다.
그 당시의 연애문화에서는 여자에게 남자가 먼저 애정적 행위를 하기 앞서서 양해를 구하는 동의과정을 거치는 것을 " 이 남자는 박력이 없고 자신감도 없고 나를 알아서 이끌어줄 만한 능력도 없는 남자" 라고 낙인을 찍으면서 남자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는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여자의 입장에서는 " 왜 그런 것을 물어보고 하느냐? 내가 말 하지 않더라도 눈치껏 분위기를 봐가면서 알아서 내가 뿅하고 넋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가달라는 수동적 관점의 자세" 를 취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었고, 또한 그것이 아주 여성스러운 매력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사랑의 스튜디오" 프로를 꾸준히 시청하면서, 사회자가 여자출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여러명의 여자출연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와 비슷한 대답을 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자는 속마음을 내비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남자라면 모름지기 알아서 여자를 맞춰주면서 기분좋게 해줄 수 있어야지" 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시대에 통용되던 연애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사랑방정식은 " 남자가 열 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 라는 것과 " 여자들은 속으로는 엄청 좋으면서 일부러 싫은척을 하고 내숭을 까면서 틩구는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공식도 상당히 남성중심적으로 정립이 된 일방적인 공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80년대의 어느 코메디 프로에서는 남녀사랑지사를 코믹하게 다른 단막극이 자주 등장을 했었다. 그 중에 하나가, 한 밤중에 깊은 산 속에서 야영을 하면서 함께 보내게 된 커플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설정이 있었다. 그 상황속의 한 장면에서, 바로 옆에서 졸고 있는 남자에게 여자가 잠이 들만 하면 툭툭 건드리면서 " 자기야! 자기 나 건들면 안돼, 나한테 이상 한 짓 하면 안되! " 라고 반복적으로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자 남자는 " 아! 알았어! 아무짓 안할게! " 라면서 안심 놓으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남자는 더더욱 피로가 몰려오는데, 그 옆의 여자는 말뚱말뚱한 두 눈으로 남자를 계속적으로 쿡쿡 찌르면서, " 자기야! 나한테 이상한 짓 하지마!" 라는 말을 계속 하고, 그 말을 들은 남자역시도 " 아~ 알았다니까! 그냥 잘게! 아무짓도 안한다니까~" 라는 대답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 단막극 속의 상황이 아침이 온 것으로 바뀌면서, 여자는 눈알이 충혈된 상태로 아주 흥분하고 노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옆에서 졸고 있던 남자는 코를 드러렁 골면서 앉은 채로 잠을 자고 있고,,, 갑자기 여자가 벌쩍 일어나더니만 남자에게 외치기를" 병신같은 놈! 짐승보다 못한 놈! 너 같은 놈도 남자라고 살고 있냐!" 라고 화를 버럭버럭 내더니만, 혼자서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영문도 모른체로 욕을 들어먹은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서 " 도대체 왜 저러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그 단막극 속에서 여자가 화를 낸 것은 " 밤에 알아서 나를 덮쳐줘야지 왠 나를 건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느냐? 라는 것이었고, 남자에게 쿡쿡 찌르면서 " 나를 건들면 안돼" 라는 말도 반어법적으로 " 나를 끌어안고 애정행각을 해달라는 신호" 를 보내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속마음을 간파하지 못한 남자는 멍청하게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는 결국은 그냥 그 날밤을 넘어갔던 것인데, 그것 때문에 여자는 남자에게 실망을 하고 화를 내고 가버린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과거시대의 젊은 남녀가 연애를 하는 방식이었고 이러한 연애문화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적 가치관 속에서 규정되는 남녀간의 애정문제와 관련된 법률적인 다툼도 그러한 문화적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형사법 일부 개정안에 보면, 제297조 강간죄에 대한 현행 규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라고 되어져 있는데, 이것을 " 폭행이나 협박 또는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로 개정이 될 것 같다.
또한 제 298조의 강제추행에 대한 현행규정은 "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되어져 있지만, 이것을 개정안에서는 " 폭행이나 협박 또는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시대의 남녀연애관계에서는 일방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거나 성추행을 해도 여자가 거의 실신 단계이거나 의사불능의 단계까지 갈 정도로 심하게 반항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남자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가해도 이것을 형사법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강간죄와 성폭행이 성립되려면, 여자측의 지쳐쓰러질 정도의 적극적인 반항과 저항이 분명히 있었어야만 성립되어질 수 있다는 식으로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률해석의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형사법 개정안에서는 " 동의하지 않은 관계" 혹은 " 동의하지 않는 관계 요구" 등도 포함하여, 신체적 접촉이나 가해 이전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만 가지고도 법적인 처벌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애정관계를 요구하기 이전에 혹은 여성 역시도 남성에게 애정관계를 원하기 이전에 반드시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은, 과거시대의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키스하기 전에 미리 물어보고서 키스하는 남자는 박력없고 멋 대가리 없는 못난 남자" 라는 비아냥을 일삼던 그 당시의 여성들이 볼 때에는, 정말 가치관의 혼란이 머리를 쥐어흔들게 만들것도 같다.
그래서 어쩌면 요즈음 방송가에서는 과거시대의 화려했던 짝짓기 연애프로그램들이 사라져 버린 실질적인 이유가, 이처럼 시대가 변화되면서 남녀간의 사랑방정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이제는 퇴물이 되거나 처분되어야만 될 구닥다리 사랑방정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구시대적인 사랑방정식에 근거한 짝짓기 방송프로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을까?
분명히 아나로그 시대의 사랑방정식이라는 것과 인터넷 디지털 시대의 사랑방정식은 다르다. 과거에는 "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말이 남성들 입장에서 우월감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사랑방정식이었지만, 요즘은 " 여자한테 한 번이라도 잘 못 찍으면 당장 붙잡혀간다" 라는 사랑방정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혹은 " 여자는 원래 속으로는 엄청 좋으면서 겉으로는 내숭까면서 싫어하는 척하고 그냥 튕기는 것이다 " 혹은 " 여자는 튕기는 맛이 있어야 매력적이다" 라는 사랑방정식 역시 " 여자가 한 번 싫다고 하면 분명히 싫어하는 것이다.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 는 새로운 사랑 방정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여자들 역시도 "남자들이 알아서 리드해주고 분위기 맞춰주고 눈치껏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겠지" 라는 사랑방정식은 폐기시키고 " 여자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의사를 밝히지 못하면 남자는 거부할 권리가 확실히 있다" 라는 사랑방정식으로 바뀌어야 할 시대이다.
어쩌면, 과거시대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수동적인 태도의 연애 공식인 "내숭까기" , " 일부러 튕기기" , "은근히 여우짓 하기" 등등은, 남성권위주의적 시대상에 맞춰서 여성들의 사랑방정식이 그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끔 학습적으로 길들여진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분명 '사랑의 스튜디오' 가 과거의 화려한 인기도를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성들의 당당한 자기 주장이 확실하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는 무례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박력있고 멋있고 남자답다는 식으로 이성적 호감을 가져주지도 않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