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배우는, 자신이 권력자인 것을 깨닫고 사죄하는 남성들과의 건강한 대화 입니다.
대화 내용은 최대한 그대로 기억해 내서 똑같이 적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가사일을 '돕는다'는 표현 자체가 남성이 기득권인 것을 인정하는 거거든.
내 일이 아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내가 기꺼이 하겠다-는 태도가 너무 분명한 거잖아."
"조신하네."
"하하. 근데 나도 무의식적으로 돕는다는 표현을 쓸 때가 많은데, 참 고치기 어려워. 노력해야 돼.""남성 권력이 좋긴 좋나봐요."
"무슨 소리예요?"
"아 자조적인 거였어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남자 후배 하나가 선배같은 대지식인이 쿵쾅쿵쾅 페미를 지지하시다니 믿을 수가 없읍니다 하고 웅앵웅거려서 뚜까 패고 있습니다."
"아... 근데 00님 꽤 유명하신가봐요. 전부터 다른 분들이 지식인이라고 칭찬하시고..!"
"아뇨 별로 안유명해요. 이 후배놈도 저한테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주제에 말이 많네요."
왠지 혼자 보기는 아까워서 올림"저는 남성들이 페미니즘 문제로 여성들한테 가르치려는 듯이 말하는거 진짜 역겹거든요."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힘들어요 그거."
"일단 남성 페미니스트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제 의견이에요. 여성은 경험으로 페미니스트가 되고 남성은 옆에서 그걸 지켜보면서 공감으로 페미니즘을 배우는 건데 어떻게 여성 페미니스트와 동등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중에 저는 00님 발언권이 부럽네요. 제가 그 말 하면 꼴페미가 될테니까요."
"항상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때 남성 권력을 느끼고 있어요. 여성이 하면 메갈, 꼴페미, 정신병자. 남성이 하면 보빨러 혹은 지식인.""내가 남성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아는 척 좀 그만 할 것.
어차피 여성분들은 걔들이 제시하는 것들을 반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여성들이 하루 하루 맞닥뜨리는 문제를 걔들이 하루 이틀 알아보고 논쟁을 건다고 한들 상대가 될 리가 없다.""왜 여성이 잘생긴 남성이나 돈 많은 남성을 좋아하면 김치녀가 되는지 나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여자들이 걔들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너를 만나주지는 않을텐데.
-라고 했더니 얼굴이 시뻘개 지더라고."
"걔 왠지 못생겼을 듯."
"정답!""내가 페미니즘 글을 쓰고 나면 항상 듣는 말이 있어.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이 말은,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게 돈벌이 수단이 된다는 거야. 근데 이건 큰 착각이거든.
페미니즘 글을 쓸 때와 다른 사회문제 글을 쓸 때의 좋아요 수, 구독자 수는 명백히 달라져. 예전에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 차이가 너무나 명확한 것을 확인했고 당연히 페미니즘 글을 썼을 때 악플이 훨씬 많이 달리고 들어오는 수입도 적어져. 오히려 상담 비용이 증가할 뿐이지."
"상담도 받아?"
"응. 줄쓰큰(줄여 쓰면 큰일남)들 상대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지.그럼에도 내가 계속 페미니즘 글을 쓰는 이유는, 여성들에게 사죄하기 위함이야.
남성 인권 웅앵웅 거리는거, 그거 어렸을 때 많이 했다. 그래서 아주 창피해 죽겠어.
나는 그저 과거에 내가 한남짓을 했던 것을 반성할 뿐이고, 아 물론 지금도 한남이지만.
용서는 여성들이 하는 거고, 나는 용서 받지 못한다 해도 그냥 닥치고 있어야 해.
용서는 용서고, 죄는 죄야. 용서 받았다고 해도 죄는 없어지지 않아.""나는 어쩌다 보니 여대에 온 케이스인데,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들 중 하나라고 봐."
"잘 했어. 여자들은 여대에 가야 해. 안그럼 답 없어 진짜. 내 주변만 봐도... (한숨)"
"음. 나 저번에 00대에 갔던 거 너한테 얘기했었잖아. 나 사실 그 때 화장실에 못 갔었어.
몰카가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알아."
"걔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니까. 더러운 새끼들.""야 나는 명문대 안티페미 한남들이 더 피곤한 것 같아. 대체 왜일까. 배우신 분들이-"
"나 그거 예전에 좋은 글 읽었었어."
"오, 어떤?"
"흔히 명문대생이라는 남성들을 상대하기가 더 어려운 이유가, 나름 배운 사람이랍시고 여러 통계 자료를 인용하기도 하고, 또 나.름. 지식인이랍시고 남한테 훈수를 둬서 그런 거래."
"그것도 그렇네.""한남들이 Girls do not need a prince를 비꼴 때 깊은 빡침을 느껴."
"지들이 왕자도 아닌 주제에. ㅎㅎ"
"그래- 공주님들이 왕자 필요 없으시다는데 옆에서 난쟁이들이 웅앵웅거리냐 진짜.""나는 갓양남 이라는 표현이 한남을 미러링 할 때만 이용됐으면 좋겠어."
"왜?"
"양남도 똑같아. 다만 동아시아쪽이 킹갓제너럴 유교빌런 국가라서 가부장제가 훨씬 대놓고 존재하는거지, 그냥 가부장제의 존재는 전세계적으로 똑같아. 유학 다녀온 입장으로서 말하는건데 이건 너무 아는 척 같나?"
"아냐 난 듣기 좋음.ㅎ"
1번은 제 친오빠와 한 대화입니다.
대화를 다시 기억해 내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래도 글 쓰면서 스트레스 받지는 않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