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아빠, 난 딸 포지션이 부담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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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생신 축하 드려요!"
인사를 건네며 케이크를 드렸다.

"아이고, 할아버지 주려고 케이크 사온거야? 이야~"
할아버지는 굉장히 좋아하셨다.

"이래서, 딸이 있어야 한다니까. 아들 놈의 자식들은 키워봤자 다 소용 없어~."
아들 둘 있는 작은 엄마가 옆에서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아빠, 우리 딸이 최고지~?"
엄마가 할아버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아빠, 나는 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싫어."

"무슨 말이니?"

"딸한테 보살핌, 공감 능력을 강요하는 분위기라서 나는 그게 싫어."

"그게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야. 남자들이 원래 섬세하지 못하잖니."

"섬세하지 못한 게 아니라 섬세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란 거겠지."

"아니라니까, 전세계적으로 남자들이 그런 걸 잘 못하잖니."

"그러니까 그 전세계가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얘는, 너는 그렇게 생각이 없냐. 남자는 결혼을 하면 장인어른 댁 가족들까지 챙겨야 하니까 그런건 여자들이 하는거지."
옆에서 엄마가 거들었다.

밥 맛이 다 떨어져서 그대로 방으로 들어왔다.

"쟤는 무슨 여자애가 저럴까. 나는 딸 있으면 엄마한테 막 잘해주고 그런 걸 생각했는데 쟤는 그런 게 전혀 없어."


예-전에, 친한 언니가 해줬던 말이 생각 났다.

"남자들이 이기적인 거라기 보다는, 이기적으로 키워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된다는 가르침을 받고 살아 와서 그래."


엄마는 귀염성 있는 딸을 원하지만 나는 영원히 그런 딸이 될 생각이 없다.
미안해 할 일도 아니며 미안해 해서도 안 된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전한다.
이기적으로 살아라.

이렇게 말하면서도 저번 주 막내이모의 생신 때에 케이크를 사가는 스스로를 보며 참 웃기는 애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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