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쯤 울고 일곱 번쯤 웃고, 엄마랑 다시 보고 싶은 영화.
“ 아픈 사람한테 왜 아프냐고 하면 어떻게 해. ”
시작부터 마음을 건드린 대사이다. 결혼도 안한, 아기도 없는 나인데도 내 얘기인 것 같아서. 내 친구, 언니, 엄마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여러 번 울다가 또 웃다가 결국엔 미소를 지었다.
영화관에서 나 말고도 같은 장면에서 동시에 훌쩍이고 웃은 관객이 많은 걸 보니 이 영화는 이미 충분한 공감을 일으킨 것 같다. 82년생 김거북으로서 느끼기에 영화는 과장되지도 감성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때론 웃고 우는 순간들을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담아냈을 뿐.
“ 부끄럽지도 후련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나쁘지 않았어요. ”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 지영(정유미). 카페에서 실수로 쏟은 커피를 보고 맘충이라는 말을 들은 그녀가 ‘저를 아세요? 저도 당신에 대해 평가해볼까요?’ 라고 대응한 장면 이후, 의사에게 자신의 기분을 설명한 말이다. 나이 들수록 하고 싶은 말을 잘하는(글로든 말로든) 내가 떠올랐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해. 안그러면 정말 병이 돼.
분명 대현(공유) 같은 남편은 대한민국에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이 영화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대현의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배려심 있고 사랑스러운 남편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기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경순님이랑 필히 다시 봐야겠다. 음식점에 가도 영화관에 가도 쉽게 맛있다, 재밌다 얘기하지 않는 까다로운 엄마다. <82년생 김지영>은 엄마의 마음도 울릴 것이다. 그 옆에서 나는 또 울고웃겠지. 엄마에게 건네줄 손수건을 챙겨야겠다. 엄마는 좋은 영화 봤다고, 기분이 좋아져서 내게 맥주를 사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엄마에게 묻고 싶다. 앞으로도 나에게 어서 결혼하라 재촉할 것이냐고.
• 3일 후 오늘, 문화의 날 다시 본 지영이. 깜박하고 손수건을 안챙겼고, 엄마는 울지 않았으며 나는 졸았다. 엄마는 영화가 싱겁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당연히 깊게 공감할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나의 졸음에도 약간 충격.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 Movie URL : https://www.themoviedb.org/movie/586048-82?language=ko-KR
• Critic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