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글을 많이 못 올렸습니다.
신고가/신저가도 일종의 게으름과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도 많다 보니 몸과 마음이 참 피곤했습니다. 신고/신저가 분석 글은 제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작성하긴 하지만, 아주 난도가 있는 글은 아니어서 몇몇 고마운 분들 때문에 비교적 높은 보상을 가져가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기껏 스파 400정도 보유한 유저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드릴 수 있는 것도 0.04~0.05불 수준의 보팅과 댓글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스팀잇은 그런 세계입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어쩌면 냉정한 자본시장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이죠. 아마 이 엄격한 세계에 참여하고 계신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이 동의할 것입니다. 어쩌면 저는 이를 잘 이용한 한 사람의 Free rider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에도 높은 보팅을 주시니 즐거운 스팀잇 생활을 경험한것 같습니다.
많은 분이 매일 올려주시는 좋은 글들을 보면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 왜 나는 다른 분의 글과는 달리 차진 맛이 없을까?”
“왜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투를까?”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실천에 옮기실까?”
반성에 반성을 거듭합니다.
세상은 참으로 다채로워요.
아마도 제가 수천 년 전에 태어났으면 풀잎으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열심히 사냥하기 위해 뛰어다녔을 텐데, 지금 세상에선 모두 어쩔 수 없이 ‘직업’을 선택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매일 해야만 또는 하는 일이 가치관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케이스이고요. 숫자와 논리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아, 저는 애널리스트는 아닙니다) 직업이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제가 쓰고 있고 글에는 앞뒤 관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 것 같아요.
뭘 정확히 파악하고 원인과 결과를 연구해야 하는 글은 이제 눈감고도 쓰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반대편에 있는 글들 있죠? 그런 글들은 참 쓰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글들을 잘 쓰시는 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답니다. 뭐 꼭 글을 잘 써야만 세상을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스팀잇 세계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족함은 누적되어 저를 압박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글을 쓰기 싫어서 이렇게 변명거리를 늘어놓은 것 같이 보이실 수도 있으니 더 이상 푸념은 늘어놓지 않을게요.
그래도 이 글을 클릭하셨으니 얻어 가는 것은 있으셔야겠죠? 언젠가는 길게 한 번 적어서 올리려고 했던 건데요, 투자의 논리는 단순할수록 파워풀합니다. 제 경험상 투자를 결정하면서 많은 수익을 얻었던 종목들은 논리가 1~2줄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분량의 분석의 결과는 제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았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제 경험이라 근거를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웠는데 최근 읽었던 조나 레러의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책에서 명확한 답을 찾았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티모시 윌슨이 하루는 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미국의 유명한 잡지인 <컨슈머리포트>에서 각각 1등, 11등, 24등, 32등, 44등을 기록한 딸기잼을 테스트 했다고 합니다. 근데 흥미롭게도 학생들의 잼 선호도가 전문가가 선정한 등수와 굉장히 흡사했습니다. 학생들과 전문가 선호도의 상관계수가 0.55였다고 하네요.
근데 여기서부터가 재미있습니다.
윌슨은 다른 실험군 학생들을 모집한 후 똑같은 실험을 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는데 바로 왜 해당 딸기잼을 선호하는지 설명하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컨슈머리포트>에서 최악의 잼으로 뽑힌 잼을 전문가들이 최고로 뽑았던 잼보다 더 좋아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그룹 학생들이 전 그룹 학생보다 실력이 떨어져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윌슨은 두 번째 학생 그룹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굳이 선호하는 잼에 대해 선정 이유를 적을 필요가 없었기에 자신의 감정과 이성에 따라 결정을 한 것에 비해 두 번째 그룹은 잼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올바른 결정을 못 내렸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실험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가 이런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장단점을 전부 열거해놓고 저울질하면서 종목을 골랐던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고려는 좋은 결정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 내용을 오해하셔서는 안 됩니다.
투자하려는 대상을 치열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다만, 투자 포인트를 잡으실 때 명료한 논리를 만드실 수 있어야 확실히 공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논리가 정립됐다면 앞뒤를 재지 마시고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만큼 잘 단련된 투자 포인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은 꼭 주식에 투자하시는 분들만이 아닌 투자 활동을 하시는 모든 분에게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봤던 한 구절을 남기고 이 푸념과 잡상이 가득 담긴 글을 마칩니다.
잘못된 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인간은 실질적인 선호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훨씬 뛰어난 감정의 지혜를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