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부풀어 투자 하다보면 어느 순간 계좌에 찍혀있는 숫자는 게임머니가 되어버리기 십상입니다. 처음 시작은 경제적 자유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투철한 각오와 함께 계좌에 입금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스마트폰 상에 떠 있는 숫자는 나를 떠나버린 돈으로 취급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죠. 제 지갑 안에 지폐로 있었다면 지갑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에 써아겠지만 우리에게 비치는 금액은 단순히 디지털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투자도 잦아지게 되고, 가벼운 결정만큼 원금도 가볍게 줄어드는 것을 우리는 경험합니다. 참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죠.
예전 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많이 강조했던 것이 복습입니다.
여러분은 매일 일과에 복습의 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당연히(?)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제 일과에 복습은 없었던 것으로 명확히 기억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행위의 중요성을 잘 몰랐었죠.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차트로 주식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나름 스스로 힘들었던 경험을 한 후에 펀더멘털을 더 중시하는 주식 투자자가 되기로 했었죠. 참 근데 이쪽도 아무 경험이 없던 제게 그렇게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시중에 수많은 주식 분석과 관련된 책들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PER, PBR등의 벨류에이션에 대한 개념을 다룬 경영서나 자칭 고수들의 투자 경험담, 애널리스트들의 산업이나 기업의 개괄적인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책들을 통해 투자의 신세계를 경험한 후 다시 한번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제가 생각을 했던 부분과 주가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더군요. 사실 이때 차트에 의존한 투자로 실패했을 때보다 더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스스로 투자의 자질을 가졌는지 한 1만 번도 더 물어봤을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식 같은 경우는 특정 Fact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나 전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뉴스가 앞으로 해당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나름 꼼꼼히 분석한 후 투자를 해도 결과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름대로 고민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친한 분께서 재야의 고수가 있다며 제게 꼭 한번 만나보라고 권해주더군요. 뭐 사실 투자라는 것이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아야 Long run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기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다른 분의 조언은 크게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약간은 시큰둥한 마음으로 그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과 대면한 후 초반에 들었던 얘기들은 저 같은 투자 초보도 이미 실천하고 있던 것들이라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에 그분이 하신 말씀은 정말 제게 있어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강조하셨던 것이 바로 "복습", 즉 "복기" 였습니다.
프로기사의 바둑을 보신 분이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중간에 돌을 던지거나 개가까지 가는 치열한 바둑의 승부가 마무리되어도 두 기사는 어느 누가 되었던 자리를 떠나지 않고 꼭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복기'입니다. 복기는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처음부터 놓으면서 왜 그 자리에 돌을 놓았는지 살펴보는 행위로 정의됩니다. 바둑에서 하나의 착점 실패가 전체 승부로 이어지기 때문에 복기를 통해 자신이 잘 한점이나 못한 점을 철저히 되돌아보는 것이 프로기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신성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알파고와 대국을 했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졌었던 승부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혼자서 복기를 했었죠. 왜 그랬겠습니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복기가 투자에서도 중요한 것일까요?
우리가 불완전한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의 뇌가 인공지능이었다면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성이나 기억을 외곡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에 대한 기억이 옅어집니다. 당연히 타이밍의 예술로도 비유되는 투자의 세계에서 약간의 계산착오나 생각의 오류가 큰 실수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투자 신경을 단련시켜야 하고, 단련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매 투자 건에 대한 복기, 즉 복습을 해야 합니다. 만약 본인이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거나 손해를 봤을 때 이를 복기해보지 않는다면 이번의 수익을 했던 아이디어가 한 번에 그치거나 똑같은 이유로 손해를 또 볼 가능성을 열어놓는 거와 다름이 없습니다. 복기를 통해 어떤 근거를 통해 투자를 감행했으며 왜 매도를 했고 수익 또는 손해를 봤는지 조금은 귀찮더라도 꼼꼼히 메모해놓고 공부해야 다음에는 더욱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제 얘기로 돌아가 보시죠.
막상 돌아와서 복기 노트를 써보려니 막막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속는 셈 치고 적어보자는 생각에 나름 목차를 만들었습니다.당시 제가 만들었던 목차는 아래와 같았어요.
사실 딱 보시면 별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생각보다 꾸준히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주식거래를 좀 빈번하게 하던 때라 매일매일 노트를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죠. 그런데 이를 작성하다 보니 참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수익을 거둔 종목들을 쏘팅해서 분석을 해보니 손해를 안겨줬던 종목들에 대비해서 매수이유가 간결하단 것이었습니다. 또한, 직관적으로 뉴스를 보고 특정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로 생각하여 매수한 주식들보다는 찬찬히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보고 매수했던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많은 정보는 오히려 투자 결정에 있어서 혼돈을 주는 경우가 많았고, 시장에 반영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보니 개인투자자인 저로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뉴스에 의존하기보다는 최소 1달에서 길게는 1~2분기 정도 시계열을 가지고 투자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더 높더군요. 이렇게 노트를 만들어보고 정확히 제가 잘 맞추는 종목들이 어떤 회사들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 후에는 Hit ratio를 올리기 위해 조금은 더 제게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줬던 회사들을 유니버스로 만들고 이들에 집중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아마 복습 노트를 만들어보시면 아마 저와는 다른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촉이 굉장히 뛰어나 짧게 끊어쳤을 때 좋은 수익률을 올리셨을 분도 있으실 것이고, 어떤 분은 1~5년가량 장기 투자를 했던 경우 더 좋은 수익을 거두실수도 있으실거에요. 우리는 모두 삶의 배경이 다르고 각자 다른 뇌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잘하는 분야가 다릅니다. 하나의 완벽한 방법이란 투자의 세계에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이를 투자에까지 옮겨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로 태어나신 분이라면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에 조금씩 가까워지려고 하시는 모든 분은 꼭 이 방법을 한 번쯤은 사용해보셨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과 잘 맞는 투자 스타일을 찾고 실수를 최소화한다면 더 완벽한 투자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