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웃겨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악기업체 중에 삼익악기가 있는데, 본사가 지방에 있기도 하고 IR 활동에는 그다지 적극적인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근데 이 회사가 갑자기 단체 IR을 한다는 것입니다. 참 만나보기 어려운 회사니 자리에 안 갈 수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갔지요. 당시에 삼익악기는 중국 사업이 생각보다 잘 되다 보니 시장에서 관심이 조금 뜨거웠을 때로 기억합니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삼익악기 담당 직원의 열정적으로 회사에 대한 소개가 끝난 후 질문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한참 여러 질문이 나오던 와중에, 한 투자자분이 손을 번쩍 들고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A가 질문자이고 B가 회사 담당자분입니다.
A: 저.. 이 페이지의 기타매출은 뭔가요?
B: 네, 기타입니다
A: (약간은 짜증 나신 듯) 그러니까요, 기타 매출 좀 말씀 부탁드립니다.
B: 네, 기타 매출입니다.
A: (???!!!!)
B: (A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아아, 네네, 그 손가락으로 치는 기타입니다. 연주하는 기타요.
B: .....
A라는 투자자는 당시 자료에 적힌 '기타'를 악기 기타가 아닌 '그 밖의 다른 것'을 의미하는 기타로 봤던 것입니다. 참 옆에서 웃음 참느라 얼굴 빨개진 몇 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IR 활동: 기업이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서 하는 일종의 PR입니다. 기업에 대한 소개나 사업 현황에 대해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설명을 좀 드리면 삼익악기는 피아노와 기타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악기회사입니다. 2008년에 독일의 SEILER라는 매우 유명한 브랜드를 인수 했고, 이를 통해 중국진출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연히 기타보다는 피아노에 집중되어 있었죠. 물론 A라는 투자자는 기타를 생산하는 것을 알고 다른 것을 뜻하는 기타를 질문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자료의 기타는 명백히 악기 기타를 뜻했습니다. 즉, 이분은 삼익악기가 기타를 생산하는지 몰랐던 것이죠.
물론 괜찮습니다. 회사를 모르기 때문에 IR 미팅에 참석해 개괄적인 내용을 듣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서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없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맞이할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준비된 사람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얼렁뚱땅 '하나 걸리기만 해라'는 마음가짐으로는 피라미는 잡을 수 있어도 월척은 낚기 어렵습니다.
오랜만에 기업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회사관계자를 만나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준비를 많이 해서 가면 그만큼 얻는 것이 많습니다. 담당자분과의 미팅시간은 항상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시간 내에 최대한 알고 싶은 것을 뽑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최대한 회사에 대해서 박사가 돼서 가야 합니다. 사업보고서 하나 읽어보지 않고 간다면 한 시간가량 회사가 무슨 사업하는지만 듣고 올 것입니다. 세상에 낭비도 이런 낭비가 따로 없습니다.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매우 바쁘기 때문에 다음 미팅을 예약하려면 한두 달은 금방 갑니다. 그런데 사업보고서에 나올만한 것만 물어보고 온다면 제시간도 낭비요, 그분 시간도 낭비며, 회사 이동 시간과 들어간 모든 제반 비용이 낭비입니다. 안 가느니만 못한 거죠.
기업분석이란 것이 자주 해보신 적이 없는 분에게는 좀 귀찮은 일로 느껴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기업을 투자하심에 있어서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요. 이 체크리스트만이라도 채우실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아는' 투자자이실 거로 생각합니다.
매출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내수와 수출 비중은?)
시가총액 및 최근 회계연도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얼마나 되는지?
속해있는 산업의 규모 및 성장성은 ?
같이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은 어디가 있고 경쟁 강도가 심한지?
새롭게 준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지? 이 부분이 앞으로의 매출 증가율이나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여줄 수 있는지?
매출원가나 판관 비용(R&D 비용 포함)이 최근 몇 년간 특별하게 변동하진 않았는지? 변동했다면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 가능한지?
회사의 대주주가 자주 바뀌었는지? CB/BW/유상증자 등의 이력이 많은지?
회사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들만 뽑아봤습니다.
여러분은 위 내용은 아시고 투자를 하시나요? 위 리스트에 대한 검토가 끝나신 분이라면 가지고 계신 주식이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수 시점보다 현재 주가가 조금은 낮아져 있더라도 '존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질문에 대답을 잘 못 하신다면, 다시 한번 가지고 계신 주식을 점검해 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분명 포트폴리오 조정에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