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나는 블로그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웹상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몰랐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열심히 시간을 아껴서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술 한잔을 한다거나 집에서 게임방송을 본다거나 책을 읽는 정도였으니. 어쩌면 회사 일이 아주 바빠서 였을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 싶기도 하다.
사람의 변하는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특정한 생활방식에 이미 젖어 든 사람에게 큰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변화를 끌어내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나도 그랬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일종의 욕망이었다.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컸기 때문에 내가 지금 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에 들어와 1년, 2년 지나다 보니 내 자신감은 조금씩 퇴색되었고, 조금 더 잘살고 싶다는 욕망과 회사로 인해 어려움이 섞여 내 정신세계를 기형스럽게 바꿨다.
어느 순간 내 머릿속은 why라는 한 글자와 함께 내가 24시간 내에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하나?
왜 나는 아침도 못 먹고 길을 재촉해야 할까?
왜 커피 한잔을 각성제 삼아 피곤한 아침에 눈을 뜨고 있어야 하나?
왜 내 앞에 앉아있는 저분은 나를 못살게 굴까? 등등
이런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드디어 사회 시스템에 허점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렇다. 우리는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한 나라의 일꾼이요, 허울 좋은 구성원이자, 기득권층을 위해 눈 붉히고 일하는 일개미일 뿐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내가 잘 하는 줄 알았다. 나름 번듯한 대학교 나와 칼 취업을 했고, 회사도 큰 탈없이 다녔다. 나름 열심히 뒹굴면서 일했는데 내 손안에 남은 것은 별로 없었다. 문제는, 내 위에서 나보다 더 열심히 뒹굴고 있는 아저씨들도 나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거였다. 그들은 언제나 미래를 걱정했고, 한숨과 함께 하루를 견디는 모습이 다른 사람의 일 같지 않았다.
나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이 머릿속에 있는 것을 풀어놔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 첫 번째 글을 올렸다. 어떤 내용으로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마 나름 다짐 글을 적어 놓았다고 기억한다. 물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웃사촌 하나 없었으니 말이다.
오기가 생겼다. 더 열심히 글을 남기고, ‘서평’ 카테고리도 추가하면서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다. 그래도 서평을 길게는 아니어도 요약을 잘 해서 썼는지 하나둘 아시는 분들이 늘어갔다. 그러면서 즐거운 두 달을 보냈다.
근데 또 마음 한쪽으로 허무함이 침투해왔다. 즐겁긴 하나 내 인생을 책임지기엔 미약했다. 글을 쓰면서 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신세계가 펼쳐졌고, 그중에서 티스토리를 골라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 또한 만만치는 않았으나, 검색봇 때문에 이상하게 조회수가 많았다. 글 쓴 지 한 달 만에 일간 조회 수 1,000을 넘기고 호기롭게 애드센스를 신청해보았지만, 역시 나 같은 초입자에게 벽은 높았다.
또 자괴감에 빠졌다.
역시 생각보다 쉬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나름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열심히 검색해보니 ‘스팀잇’이 눈에 띄었다.
“뭐? 글만 쓰면 돈을 번다고?”
아이디 신청하고 한동안 가입됐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확인한 메일을 보고 스팀잇에 첫 글을 적었다. 나름 열심히 글을 적었음에도 아무런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팔로워가 한 분도 안 계신 상황에서 태그 조차도 내 맘대로 넣었으니 보팅을 받은게 사실 더 신기하다.
그 후 38일째다.
습관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서는 약 3달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치면 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은 스팀잇 시스템에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어떤 분이 스팀잇은 하나의 무대라고 하는 글이 기억이 난다. 나는 일반적으로 주식에 대해 글을 쓰는데, 가끔 춤을 춰야 하는 무대에서 동요를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게 알트코인 분석글을 올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나마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의 내용을 올릴 수 밖에 없어 스스로의 한계도 느낀다.
그래도 내 글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티스토리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도 공감 버튼 하나 받기조차 힘들었다. 물론 그 글을 읽으시는 분이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오신 거고 글 하나를 보고 창을 닫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자격도 없다. 다만, 스팀잇은 글 쓴 보람이 티스토리보다는 크다는 거다. 이것만 해도 어딘가?
글을 쓰는 일은 피곤한 일이기도 하고, 내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실 건지에 대한 두려움과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매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을 하게 되는 나를 보면 예전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이 즐거움이 내겐 정말 크다. 다른 분은 어떠실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스팀잇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유입되어 매력적인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가끔은 글들의 주제가 약간은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앞으로 더욱 많은 분이 스팀잇의 세계로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고 계신 많은 분들, 그리고 나까지 모두 화이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