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삶은 하루하루를 ‘산다'라기 보다는 하루하루 파도를 ‘넘긴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의 중심을 지키고 자신이 목표한 것에 대해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자기개발서의 이론적인 내용이었다. 이런 부류의 책은 수백 권을 읽었다. 몇 년간 실험한 결과는 비관적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내게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큰 영감을 주기에도 내 머리가 많이 굳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명의 수레바퀴의 지름은 매우 넓다고 하는데, 아직 한 바퀴가 돌지 못하다 보니 긍정적인 운명이 내게 도달하지 못한 걸까? 내가 너무 마음이 급한 걸까?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또한, 내가 항상 목말라 있는 것이 어디에 있는 건지 끊임없는 자기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온종일 이 생각을 했다. 난 왜 목말라 있는 것이고 항상 마음이 바쁜지를. 금색 맛 수저 물고 태어나신 분들에게는 해당 사항 없겠지만, 흙 맛을 느끼며 살았던 내겐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요즘 검색 순위를 보니 돈 많이 번 연애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순위권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나와 같이 애끓어 있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그렇다. 나는 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었던 건가?
어쩌면 이게 핵심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왜?
글쎄다. 이 질문을 스스로 물어보면 또 제대로 대답도 못 한다. 이 질문에 대답을 못 한다면 나의 수십 년간의 삽질은 맹목적인 추구와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왜 경제적 자유에 대해 맹목적인 추구를 해왔던 건가?
편하게 살기 위해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좋은 집에서 살고, 좋은 차를 타고, 해외여행을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다니고, 다른 사람의 동경 대상이 되기 위해?
아마도 스팀잇을 하시는 모든 분은 의식주가 조금 부족할지는 몰라도 삶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분은 없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럼 해외여행? 동경의 대상?
이것이 아니라면? 성취욕을 위해?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욕구인가?
참 웃긴다.
자신도 대답을 못 한다.
그런데도 맹목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고 자신을 힘들게 한다. 이는 딱 한 가지로 밖에는 요약이 안 된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길들면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조작된 맹목적인 동물이 된 거다.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을 만들어내고 이를 구전으로 전이시키고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사상의 전이가 흐르고 흘러 나에게까지 들어온 거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 전이 과정을 차단하고 맹목적인 동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구해내야 한다. 내가 위에서 적은 모든 내적 갈등은 내적인 흠집이기 때문에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고, 구원해주지도 못한다. 스스로와 싸움이다. 그렇기에 더욱 외롭다. 고독이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유명한 철학자들이 자기와의 고독하고 처절한 대화 속에서 진리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한 것과 같다.
나는 지금까지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한 약한 ‘동물적’ 욕구만 가진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과연 '맹목적인 동물’ 가면을 벗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기 전에 적었다가 지워버린 문장이 다시 생각났다.
가끔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나 홀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이미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나로서는 꿈과 같은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꿈이라도 가져야 이 삶이 살만한 것 아니겠는가.
어쩌면 위 문장이 틀린 것 같다. 꿈이라도 가져야 살만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게 아닐까? 아예 내 인생에 꿈이 없었다면 조금은 더 행복했을까? 자신을 옥죄이며 시간을 잘게 쪼개 쓰며 살지는 않았을까?조금 더 고독을 누릴 수 있었을까? 고독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해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내게 조금은 더 관대하다면, 삶에 대한 의지의 끈을 조금은 더 느슨하게 붙잡는다면 함정에서 조금은 더 벗어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떠신가? 나와 같이 조급하신가? 조급하지 않다면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살아내시는가? 나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고민을 어깨와 머릿속에 가득 짊어지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걸어가고 있는지 정말 궁금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