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writing] 임상심리학 석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논문 쓰는 과정에 대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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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교수님과의 최후의 논문 미팅을 마쳤습니다.

물론 아직 최종고 제출까진 어느 정도 시간이 있고, 양식에 맞춰 맞춤법과 참고문헌들을 정리해야 하지만 졸업의 여부는 확정된 것입니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졸업 하는 것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대학생활, 그리고 대학원 생활의 마지막 종강총회를 마치고 교수님과 맥주한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논문을 쓰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아마 이 이미지 정도의 분량의 논문들을 봤던 것 같습니다.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나무야 미안해 ㅠ)

석사 1학기 때부터 '걱정'이라는 주제로 계속해서 자료를 모아왔습니다.

걱정이라는 변인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 때문에, 중간 중간 자료를 소홀히 모으긴 했지만 결국 5학기까지 공부를 하다보니 꽤나 많은 자료가 쌓여있더군요.

결국 2년간 모아둔 자료들로 서론과 이론적 근거들을 한 줄 한줄 적어갑니다. 글을 적다 논리가 비는 부분은 다시 다른 논문을 찾아서 채우고, 문장의 순서가 뒤바꼈다 싶으면 다시 재정리해서 적습니다.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배치가 바뀌는 것은 허다하고, 가끔씩은 필요 없는 문단 하나를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 쓰고 나니 나름 괜찮은 논리의 글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모아왔던 자료들로부터 근거해 가설을 세우고, 교수님꼐 찾아가 피드백을 들어 좀 더 자료를 찾아 가설을 세우는 지난한 과정들이 몇 차례 반복되었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일까지 병행하다보니, 좀 더 고려할 것들이 많아지더군요.

그래도 계속해서 교수님과의 세미나를 통해 나름 말이 되는 가설을 찾아내고, 교수님께 연구를 진행하라는 승인을 들은 순간은 정말 대학원 생활 중 가장 기뻤던 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일들이 그리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바로 이론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지 표본을 모아 통계분석을 해야했기 때문이죠.

여러 수업 교수님과 강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설문을 수행하고, 보상을 제공했습니다.

설문지들을 모두 취합해 숫자들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 적절한 통계 분석을 활용해 수치들을 분석합니다.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들과 강사님들께 연락을 늦게 드리는 바람에, 이미 연구참여 순번들이 다 차있었습니다.

그래서 표본을 구하는데 좀 고생을 했죠...

어떻게 어떻게 수집한 참가자들의 자료를 분석해 나온 모형입니다. 아주 아름답죠(?). 심리학과분들이라면 익숙할지도 모르겠네요 ^^; 모형을 통째로 분석해 모형의 적합성과 각 경로의 유의미성을 검증하는 분석도구입니다. 통계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이러는 과정에, 스티밋에 빠져 논문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급하게 한시간 만에 몇페이지의 글을 써내려가기도 했죠. 막판엔 좀 정신을 차려 정성들여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업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의 의의점과 한계점, 그리고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을 하는 논의 부분을 작성해야 합니다. 논의를 작성하고 내 연구의 의의를 적다보니, 과연 이 연구가 이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마음이 소홀해져 잘 돌보지 못한 논문을 보고 있자니 상당히 초라해보이고, 아무 의미도 없어 보였습니다.

지도교수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죠. 저희 지도 교수님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항상 저의 말도 안되는 논리와 근거들을 인내심 있게 올바로 잡아주시고, 언제든 찾아가면 진지하고 꼼꼼한 태도로 저의 논문을 읽어주셨죠. 학생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실텐데, 항상 같은 태도로 저를 대해주셨습니다. 아마 저는 그러지 못할 거에요.

제 연구가 임상심리학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2년간 주제를 바꾸지 않고 결국 원하는 주제로 논문을 썼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아마도 어떤 가련한 석사생들은 제 논문을 참고해서 또 새로운 논문을 쓰겠죠. 그렇게 논문은 참고문헌으로 반복됩니다. 인생사도 아마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자식은 부모님을 참고하고, 또 그 자식의 자식은 부모를 참고합니다. 뭔가 가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아무튼 그리 만족스럽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썼고, 제 이름으로 된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이 논문은 참 소중합니다. 볼품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종이로 출판하고 난 이후에 제 주변 여러 지인들에게 논문을 나눠줄 생각입니다. 책 받침으로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글을 쓰다보니 아무말 대잔치가 되었군요. 오늘 논문이 거의 마무리되고 마지막 종강총회를 참석한 기념으로 논문을 쓰던 과거를 반추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빔바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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