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가서 얼른 쉬고싶었지만 안타까운 부고소식에 일찍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다. 제법 가볍게 입고나온지라 급하게 가까운곳에 사는 동료에게 검정 넥타이만 빌려서 말이다. 예전부터 장례식장은 참 어렵고 무겁다. 건물에 들어가기 전까지 밖에서 하하호호 하는 사람도 있고 담배를 태우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혼자 나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 하니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 또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오셨어요..."
말끝을 흐리는 상주를 뒤로한 채 먼저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사진속 미소를 띄우고 있는 저 사람은, 이제 오늘부터 이 세상에 없는 것이었다. 상주와 맞절을 하고 고개를 들어 그제야 상주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제법 얼굴은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어떻게 말을 해주어야 할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그저 손 한번 꼭 잡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상주와 인사를 하고 나와보니 저 멀리 테이블에 앉아있는 친구 두녀석을 발견했다. 나보다 더 멀리서 왔을 그 친구들은 아직 내가 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털석 하고 옆에 주저앉았다.
"어 왔냐." "일찍 좀 오지그랬어. 애들 아까 다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 주기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친구. 그저 고향 친구라는 이름으로 편안한 그런 친구들이었다. 앉아서 장례식장에서 주는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상주가 찾아왔다.
"형, 와줘서 고마워요. 오실줄 몰랐어요."
"아무리 멀어도 와야지. 어떻게 지냈어, 간간히 소식을 듣긴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본다."
간간히 소식만 전해듣고 어쩌다 한번 연락하게되면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 하는 후배 녀석. 봐야하고 봐야하는데 이핑계 저핑계 대가며 멀었던 녀석. 결국 이렇게 보게 되었기에 그 행동들이 전부 후회가 되었다.
"미안하다."
주절주절 얘기 할 것이 없었다. 내 미안함이 어떤 미안함이었는지, 어떤 얘기인지 알듯 그저 괜찮다고만 했다. 그냥 자기는 괜찮다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어렵지 않게 버티고 있다고. 그렇게 웃는 녀석의 얼굴이 참 슬퍼보였다.
한참을 더 있다 담배한대를 태우고 집에 가려는 참에 멀리 들어오는 친구 한 녀석이 더 보였다. 올라가봐, 위에 누구누구 있고 얘기좀 잘 해주고. 그런 쓰잘데 없는 얘기를 뒤로하고 집에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어버이날이 하루 지난 오늘 어렵사리 보게 된 후배와 그 친구들이, 오늘 하루가, 깊은 한숨이 나오는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