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들고 있는 할머니의 손이 눈에 띄게 흔들린다.
급기야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의 젖은 음성이 떨리고
들고 있던 수박 조각을 힘없이 내려놓는다.
그게 괜한 돈 없애지 말고 그냥 오라고
그렇게 타일러도 양 손에 잔뜩 들고 들어서는데...
오자마자 앉지도 않고 냉장고 열어보고 투덜거리는 거야.
할머니 매일 뭘 드시면서 사셨기에 냉장고에 김치통하고
물병밖에 없느냐고...
지 애비 하는 일 들어먹고, 에미 없는 것들 데려다 놓고
처음엔 얼마나 막막했던지...
남들 다 가는 학원도 못 가고
용돈도 없어서 친구들하고 군것질도 못 해보고 커서
이다음에 어떻게 되려나 걱정에 야단도 많이 쳤는데
대학교 나온 애들도 펑펑 노는 세상에 누가 데려갔는지
취직을 해서 월급 탔다고 내 옷이며 신발 사들고 왔어.
학교 갔다 오면 저녁밥 하고 방 청소하고 교복 빨아 입고
떼쟁이 동생 달래가며 내 눈치 봐가며 저도 억지로 크기를
내 신세 고단할 때면 즈 에미 괘씸한 생각에 그 어린 거한테
못할 소리 다 쏟아내고 살았어.
그게 다 내 죄인 줄 모르고, 그 어린 게 뭘 안다고...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이신다.
얼굴이 반쪽이 돼서 먼 길 왔다 조금 있다 바로 가야된데
한 시간이라도 자라고 하며 슬쩍 나왔다 간다는 노릇이
늙은이가 정신이 빠져서 바보짓을 했지 뭐야.
고기 한 근 사면서 그걸 잊어버렸으니...
양파 두 개만 꾸어 주면 안 될까
내가 며칠 뒤에 사다 꼭 갚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