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하나, 나 하나] #3 장례식, 삶과 죽음이 닿아있는 곳

sunnyshiny(60)
Published in
#kr
Words
589
Reading
3 min
Listen
Play
9y


(장례식 사진은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마을 장례식에 다녀왔어요.
말라위에서 간 세번째 장례식이었는데요, 첫번째와 두번째는 현지직원의 부친상,어제는 마을 주민의 부고였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나라를 불문하고 마음이 무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에는, 다른 나라, 그것도 아프리카 국가에서 장례문화를 경험한다는 것 때문에 철없이 신나고 들뜨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가는 동안에 잠시였고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는 애도의 분위기에 눌려버렸지만요.


1. 장례를 치르는 곳

장례식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예요. 통상 고인의 집에서 장례식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지요.

우선 저와 같은 외국인은 유가족/마을어른에게 허락을 받아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어요.
(어제는 제가 사는 마을이라 별도 허락은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나서 도와주실 분이 성별에 따라 각각 안내를 해주십니다.

2. 역할분담

말라위는 장례식과 같은 의식행사에서의 성역할이 나누어져있어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여성들은 고인의 곁을 지키고, 문상객을 위한 식사를 준비합니다.
이전에 참석했던 장례식에서는 가족/이웃분들이 고인의 곁(고인은 이미 방 한가운데에 있는 관 안에 모셔져 계셨습니다)에 앉아서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때 저도 인사드리러 들어갔다가 잠깐 곁에 앉아 현지분들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남성들은 외부 손님을 맞거나, 고인과 가까운 친척들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관리를 하시고요.발인 이후에는 고인을 따라 장지로 이동합니다. 여성들은 장지에 따라갈 수 없어요.

제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발인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남성들은 모두 장지를 향해 이동 중이었고, 여성들은 장례식장에 남아있었지요.

3. 장례식 일정

말라위 장례는 종교에 따라 기간과 일정이 달라져요.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경험한 것과 현지인들로부터 알게된 내용에 따르면,

기독교식 장례는 2일간, 그리고 2일째 오후 3시경 이후에 발인을 합니다.

이슬람식 장례는 1일간 하고요, 정오 이전에 발인을 합니다.

장례일정이 길지 않지만, 마을주민들이 꽤 오랜시간을 장례일정에 동참합니다.
장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라서, 현지직원들도 주간에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조율을 해야했어요.

4. 독특한 장례문화

한국에서도 장례를 치르면 가족분들 혹은 가까운 분들이 '아이고, 아이고' 하시면서 곡을 하시지요.
이곳에서도 문상객들, 특히 고인 곁에 머물러 계신 분들이 비슷한 소리를 내시며 곡을 하십니다.
인상깊었던 것은 발인 이후에 남아계시던 여성분들(가족/이웃분들)이 무엇인가를 계속 말씀하시면서 다들 우시더라고요.
저는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그 자리가 어색했으나, 말라위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불과 1시간 전)만 해도 제가 장례식에서 느낀 점,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점을 쓰고 싶었는데, 그 느낀점이 한국과 말라위의 다른점에서 나오기도 한 거라 쓰다보니 말라위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죽음은 삶과 참 멀리 있는 듯하다가도, 또 불현듯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먼저 보내드렸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장례식이란 어쩐지 제게는 어머니를 추억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어제는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가, 우리가 우리 삶에 대해 무엇을 알고 예측할 수 있겠냐하는 얘기를 하게 되었었어요. 장례식에 다녀온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신기하지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하게 되다니.
당장 내일 우리가 다칠지, 아플지,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은 모두에게나 마찬가지이고,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도 그것은 공평하게 주어지는 삶의 조건이 아닌가 합니다.

당장 내일, 아니 오늘 죽어야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무엇이 아쉬울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 해요. 그리고 매 순간 그것들을 지금 해야한다고 마음먹지요.
이 결심은 또 얼마나 오래갈까요. 하하

저는 할 수만 있다면, 제 장례식 준비는 제가 하고 떠나고 싶어요.
예전에 영화 "써니"를 보고, 장례식장에서 흥겨운 춤을 추는 친구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제 생전의 모습들을, 어린시절부터 가장 최근까지의 사진을 걸어놓고,
제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악들을 선곡해서 장례식 내내 그 음악을 틀어놓고 싶어요.
아니면 장례식장에 나를 찾아올 사람들이 저를 기억할만한 것들을 갖고 오는 것도 좋고요.
그들이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는 모르지만, 제 장례식장은 저를 사랑하는 이들이 저를 온전히 기억하고 기쁨을 간직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

제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어쩌면 이 글이 제 장례식 준비를 위한 유언(?!)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여러분들에게 삶이란, 죽음이란, 그리고 장례란 어떤 의미인가요?
오늘 하루, 행복한, 후회없는 순간이 되셨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말라위 하나, 나 하나] #3 장례식, 삶과 죽음이 닿아있는 곳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