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곡비哭婢*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 울음의 퇴적층부터 지금 도착한 울음까지 내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곡비말이다
지치지 않는 슬픔을 장례시킬 때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슬픔을 도난당한 광대처럼 옆에서 의미없는 몸짓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 놓고 갈 것들이 헐렁해진 살갗 아래를 돌아다니다 집을 짓는 자리, 붉은 모란꽃보다 더 붉은 심장근처의 값은 폐가 같은 자리값처럼 왜 그리도 대책없이 거저 내주는 것인지 늘 궁금해진다
어떤 날은 오래 기다려도 아침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 날은 하염없이 기다려 맞이한 대낮까지도 저녁처럼 어두워서 들여 마시는 공기조차 캄캄해 목울대가 까맣게 그을렸다 어떤 예쁜 문장을 내뱉어도 명랑한 색은 나오지 않고 울음이 깊게 깔린 등고선의 높낮이처럼 경계도 없는 먹구름이 흘러 들어 오래 젖어 있었다 대책도 없이.....
눈물,,,,,멀쩡한 바깥풍경을 문질러 다 섞어버리는 창문에 붙은 빗물처럼 고된 울음의 자리는 늘 사랑스러웠던 것들까지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려 더 슬프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을린 목울대를 거쳐 나오는 울음 앞에서는 그 어떤 화려한 꽃들도 그저 한송이 흰국화꽃을 이길 수가 없다
생을 건너는 일은 산 자들의 울음소리로 다리를 만드는 것일까 그토록 서러운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기어코 목울대를 부숴 더 이상 소리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까지 평생의 소리들을 그곳에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필사의 지령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는 죽음보다 더 검은색으로 쓰러졌다
아직 심장이 받아들이지 못한 사별이 왜 하얗거나 검은, 무채색만을 갖는 걸까 밤마다 감았던 눈의 안쪽에서 꾸던 꿈들은 다 무엇이었던가 온기를 잃은 몸뚱이는 꿈조차 꿀 권리를 잃게 되는 것일까 28℃**의 온기로는 생의 빛나는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생의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서는 생을 건너는 일이 허락되는 않는 것이겠지 그것은 생이 그리 넉넉한 인심을 갖은 호인이 아님을 살면서 그토록 켜켜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생의 시간엔 온기가 없는지도 모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꽃가마를 타고 시집왔던 것처럼 온갖 화려한 색의 꽃들로 만든 꽃상여를 태워 마지막 이별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생을 놓는 일은 다른 생과 혼인하러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경험으로 아는 바와 같이 결혼생활이란 웃는 일보다는 감정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일이 많다보니 다음 생에 웃는 일이 더 많게 살라고 이생의 사람들이 대신 울어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더 크게 울어줘야했었던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하긴 가벼워도 좋을 울음이란 있기나 한 걸까! 짠기가 조금은 희석된 눈물말이다 아니 가벼운 울음이란 어쩜 환한 생의 다른쪽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슬픔 앞에선 차라리 대성통곡 보다 더 뼈아픈 속울음이 떠나는 이에게 더 큰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생을 놓을 때는 웃는 이들만 있었음 좋겠다 이생의 떠남을 축하해주는, 이생의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어쨌든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 고추를 먹은 것처럼 화끈한 울음을 울고 싶다 국지성을 띤 단발성의 슬픔이라면 버티고 덤벼볼만도 할 것 같다 이 내성의 슬픔이라면...
비슷한 맥락의 바람을 가져본다 슬픔을 대신 하는 밥풀만한 곡비哭婢, 이생의 상賞처럼 위안처럼 든든한 기사처럼 한 명쯤 내 눈물샘에 숨겨두고 모든 슬픔을 위임해 주고 싶다 이제 길지 않을 내 생은 빛나는 것들로만 채우기에도 모자라기에.....내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걸까? 그렇다면 곡비의 울음은 내가 대신 울어주면 될일이다
밖을 보니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모란꽃이 피었다 그러고보니 상여꽃이 모란꽃을 닮았다 모란꽃은 황후의 꽃이라더니 사람은 죽어서야 비로소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이생의 삶을 가졌나 보다
그렇다면 살아내고 있는 동안엔 깊게 사랑하고 많이 웃고 볼 일이다 황후의 뒷그늘이 무엇이냐 싶게......
《글자 제한을 염두에 두지 못해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도 2천자는 몇 배로 넘은 것 같아 공모전 포기 선언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괜찮다면 아래 뒷말까지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
뒷말••• 슬픔은 좀 가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직은 볕이 짱짱한 시간에 숟가락을 든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집에 콕 틀어박혀서 보일러는 외출이라 혼란시켜 놓고 눈물 같은 그리움을 병처럼 앓는다 이불을 뒤집어 썼다. 윤동주시인은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겠다 하셨다 나는 내 심장에서만 숨쉬는 것들, 더 이상 혀의 말을 갖지 않거나 원초부터 목울대가 없을 것들을 더 사랑한다 쓸쓸해 하지 말라고, 잊혀진 게 아니라고.
*곡비哭婢 - 예전에, 양반의 장례 때에 행렬의 앞에 가면서 곡을 하는 계집종을 이르던 말.
**28℃ - 생명을 잃는 몸의 온도
&......시댁 큰어머님의 장례식은 5일장으로 치뤄졌다 모대학과 모방송국에서 촬영을 해 갔었다 그날 장례식은 상주들을 제외한 마치 잔칫집 같았다
#......오늘 이웃님들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은 '세자리아 에보라의 베사메무쵸'입니다
■Cesaria Evora - Besame mucho ■ 여기를 클릭하면 음악이 나옵니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아프리카의 섬나라인 인구 50만 카보베르데에서 태어난 가수입니다 서아프리카의 섬, 그녀의 까보베르데, 그녀를 생각하면 슬픈눈동자, 담배, 새끼손가락의 붉은 손톱이 떠오릅니다
※......베사메무쵸는 영어로-kiss me much란 뜻의 스페인어입니다
Besame, Besame mucho,
나에게 나에게 키스해 줘
Como si fuera esta la noche, La ultima vez
마치 오늘 저녁이 마지막인것 처럼
Mirarme en tus ojos, Verte junto a mi
너의 눈속에 있는 나를 보고 싶어, 나와 같이 있는 너를 보고싶어
※※......우리의 삶도 깊게 빠진 사랑처럼
저리 간절하게 살아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