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선교사 H님.
미얀마의 시골에 거주하며, 현지 아이들에게 음악과 영어를 주로 가르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극빈층 자녀들이라 말 그대로 헐벗고 굶주려있기 때문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어야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
10대인데도 영양실조가 극심하여 많은 아이들이 탈모증에 걸려있다. 비타민C라도 먹여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안타까운 마음에 헌옷가지 등 이것저것 전달했지만, 병아리 눈물 같은 도움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부모들은 주로 소규모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과일을 따서 생계를 유지한다. 도시에 나가서 일하고 싶지만, 주거비용이 너무 비싸 이사는 엄두도 못 낸다.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거니와, 무엇보다 도로가 제대로 없어서 이동성이 떨어진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우물물을 먹는 실정이니, 전기가 들어올 리 만무하다(마을에 발전기가 있지만,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거의 틀지 않는다). 이들에게 교육은 사치다. 가난은 대물림 된다.
이렇게 어려운 이들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빗물을 이용해서 식수를 만드는 장치나, 태양광을 이용한 전등이라거나 등등.
그렇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제대로 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프라의 기초는 ‘토목’이다.
왜 ‘土木’이라고 할까? 흙(土)을 퍼내고 목재(木)를 세우니까.
영어로는 Civil Engineering이라고 한다.
Civil의 뜻은 ‘시민의’.
즉, 토목이란, 시민들을 위해 흙을 퍼내고 목재를 세워서 공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로를 닦고 교량을 놓고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전기를 공급하고 마을/도시를 건설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이는 개도국 중앙정부 또는 해당 지역의 지방정부의 역할이지만, 정부 역시 가난하여 인프라에 쓸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와중에 부패한 관료 및 정치인들이 자기 주머니를 챙기느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대부분의 개도국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다자개발은행)와 ECA (Export Credit Agency, 수출신용기관)이며, 이들로부터 나오는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이다.
ODA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50조원 정도이며, 이는 각 공여국 GNI(Gross National Income)의 0.32%인데, 이를 0.7%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 자금의 27%는 아프리카에, 24%는 아시아에 투입되며,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는 역시 ‘도로’이다. 도로가 생기고 나면 따라가는 것이 전기와 물이다.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 도시를 개발하게 된다. 이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항만과 공항도 짓게 된다.
이 모든 활동이 토목의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점.
게다가 전세계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매년 약 8300만명씩 증가), 인프라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난제다.
雪上加霜으로, MDB와 ECA는 고도로 관료화되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한때는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빈곤감소(Poverty Reduction)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소녀적인 환상에 불과했는지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도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무언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