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가까이 보이는 언덕이었으면 합니다. 매일 저녁 낙조가 보이는 서해도 좋고, 힘찬 파도와 망망한 수평선이 보이고 새벽마다 일출을 볼 수 있는 동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호수처럼 잔잔하고 아늑한 섬들로 둘러싸인 다도해 어디도 좋습니다.
마을에선 조금 떨어지고 해변은 바로 눈 앞인 그렇게 한적한 곳이지만 그래도 야트막한 둔덕이어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납작한 평판 지붕의 길다란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수출용 컨테이너를 붙여서 그렇게 근사하게 지은 집들도 많더군요. 외벽도 그렇지만 실내도 다소 질감이 느껴지는 하얀 페인트로 칠하고, 물론 그러려면 실내는 물론이고 외벽도 컨테이너 벽체에 내외장재를 붙여야겠지요. 바닥은 옹이진 나무지만 사포로 매끄럽게 겉을 밀고 짙은 색 니스로 윤기나게 칠했으면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쪽은 커튼을 하지 않고 전면이 창이었으면 합니다.
거실 한 구석, 낮고 좁고 긴 앉은뱅이 탁자와 넓고 두꺼운 짙은 갈색의 쿠션. 대각선 구석엔 납작한 나무재질의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
역시 바다가 보이는 통창의 작은 침실엔 흰색보로 덮힌 두꺼운 매트리스와 그것을 덮은 흰색의 푸근하고 두터운 이불. 그리고 소박한 스텐드가 옆에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상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어느 분인가가 오늘 넓은 집과 곳곳에 쌓인 세간살이를 조금씩 정리하고 그런 곳으로 가신다고 하더군요.
빈약한 세간살이와 빈 공간. 마음이 먼저겠지만 세간살이가 소박하고 비어있으면 마음도 덩달아 그리 될 듯도 합니다.
하긴 도시에서라고 그런 삶이 안 될 것도 없고 바다가 보이는 곳을 가서도 미니멀에 집착한다면 그래서 마음은 좁다 못 해 터지게도 될 수 있죠.
헛헛한 마음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