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를 마치고 OK 싸인을 내기 직전, 안기부 파견직원은 전체를 훓어보고 삭제할 기사를 골라 빨간색 색연필로 X표를 칩니다. 신문 한 구석을 비운 채론 발행할 순 없습니다.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돼도 않는 서간문을 써넣습니다. "K에게..." 뭐 이런 식으로. 인쇄를 마친 야심한 시간, 저흰 또 술독에 빠집니다. 온갖 육두문자로 안주를 삼아.
공연한 회상입니다.
참 오랜동안 입에 거미줄을 쳐놓고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자랄 때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글투는 이렇게 고정되었습니다. 족히 30년은 된 듯. 잠깐 발화되었다간 이내 사그라들어 속으로 쑤셔박히고. 소통된 적 없이.
속으로만 파고들었구나. 생각은 파편이 되고 어지럽게 흩어졌었구나. 먼지만 잔뜩한 제 내면의 어둠 속으로. 거기서 생각의 파편들은 썩어문드러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출입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그만큼 제 마음도 돌처럼 굳어 있었나도 모릅니다.
밝은 태양 밑으로 나와서 생각과 생각이 부딪히고 정련되고 또 새로운 생각들과 어울리며 끊이지 않을 고리를 만들고 했어야 했다는 깨달음.
요며칠 봇물이 터진 건가 싶습니다. 입을 떠난 말이 상대의 마음을 지나 다른 말로 돌아옵니다. 생경한 경험입니다. 소통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스팀잇에서의 짧은 경험이, 저와 말을 주고받으셨던 그분들의 말이, 글이, 마음이. 어쩌면 오래도록 봉인되어있던 제 입을 열어제꼈습니다.
본래 전 수다쟁이였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