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휩이 가끔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올려다 보는 장면이 이 영화가 비행기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걸 상기시켜준다. 하지만 처음 나오는 비행장면을 제외하면 플라이트란 제목과 달리 이 영화에 비행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폐인이 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특별하게 유능하기까지 한 항공기 기장이지만 거의 알콜중독수준에 이른 휩이라는 한 사람의 감정상태를 끝까지 따라가고 있다. 유능한 실력으로 인정받던 휩이 조종하던 항공기기 기체 결함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부터 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휩이 사고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술을 전부 하수구와 쓰레기통에 버리고 정리하면서부터 우리는 그가 알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휩은 비록 그 엄청난 실력을 발휘해서 대부분의 승객들을 살려내긴 했지만, 러닝 타임 내내 우리는 그가 회피하고 싶어하면서도 사고에 대해 지고 있는 부담을 지켜봐야 한다.
행정적, 법적 책임, 죽거나 다친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 당일에 자신의 혈액속에 남은 알콜과 약기운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겪는 심리적 갈등과 흥분은 느리고 차분하게 한 인간의 감성이 어떻게 변해가고 또 나타나는지 공감을 일으킨다.
그리고 휩이 왜 이런 정서에 놓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그냥 알콜, 약, 그리고 유능한 한 인간이 사고 이후 겪는 갈등과 회피심리를 있는 그대로 묘사할 뿐이다. 주인공 휩은 특별히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며 그냥 유능하지만 정서적으로 특별히 강인하지 않은 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간 중간에 그를 돕는 역시 평범한 사람들, 친구들의 존재도 너무 가볍게 지나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술이란 나쁘니까 안하면 그만이라거나, 결론적으로 휩이란 인간이 나약하고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일 수도 있다.
점점 인위적인 선악의 논리보다 이런 평범한 사람의 심리, 인간미, 각자가 여러 이유로 겪는 심리적 갈등… 이런게 더 땡기는건 나이 탓일까…?
Flight
Robert Zemeckis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