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현장 체험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글이다. 설레는 마음이 잔뜩 흐린
회색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간다.
첫 도착지는 일제 시대와 6.25
피란민의 역사가 공존해 숨쉬고 있는 우암동 소 막사 마을이었다.
우암동 소 막사 마을의 마을지기 센터에서 간단하게 마을 소개
DVD 영상과 마을 해설사님의 마을 읽기를 듣고 마을 투어를
시작했다. 좁은 골목과 예전 소 막사의 흔적이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동네를 걷다 보니 그때 그 힘든 시절의 아우성이 흐린 하늘
을 통하여 들려오는 듯하다. 무거운 날씨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이
소 막사 마을을 걷고 있다.. 그렇게 첫 투어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목적지는 영도 흰여울 문화 마을이다.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흐린 바다의 풍경은 사진으로 담기에 매우 적합해 보인다. 가이드
선생님의 마을 설명을 듣고 넓은 바다만큼 열린 마음들이 흰여울 마을을 가벼운 걸음으로 걷고 있다. 영화 "변호인" 그리고 송강호 등
흰여울 마을을 다녀간 흔적들이 귓가를 스친다. 배들의 임시 거주지
묘박지를 감싼 안개와 잿빛 하늘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해설사가
전부 단체 사진 기자로 돌변한다. 연신 셔터를 누르기도 바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영도 흰여울 마을은 잘 보존하기만
해도 관광 자원으로서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인다.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이 뜨거운 마음을 식혀준다.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내려놓고 두 번째 투어를 닫는다.
세 번째 목적지는 일제 시대 비석이 산마을을 만든 아미동 비석
마을이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묵직하고 텁텁한 기운이 가슴을
짓누른다. [죽은자의 집 위에 세운 산 자의 생활터전][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마을]이라는 소개가 예전 공동묘지와 화장막의 과거를
잘 말해 주는 듯하다. 1.4 후퇴의 아픈 기억이 아미동 비석 마을에
머물렀다. 이북 피난민들이 살기 위해 공동묘지에 집을 짓기 시작
하면서 이 마을이 형성되었다 하니 그 과거 삶의 흔적이 얼마나 치열
하고 고통스러웠는지는 경험하지 못한 자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
으리라.. 더 좁은 골목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마을은 지나온 과거 삶의 치열한 흔적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소막사 마을이나 비석 마을이나 마을은 사람 그 자체인 것 같다
때때로 다른 마을을 둘러봐야겠다. 우리의 삶이 어떤 흔적을
지니고 꿋꿋하게 걸어 왔는지 반드시 둘러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