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박 철희
어디서 왔는지 누가 보냈는지 난 알지 못한다
난 던져졌고 난 홀로 서서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린다
저 멀리 천둥소리와 함께 나와 다른 빛깔의 돌이 떨어진다
너무 멀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난 여전히 기다린다
밤 하늘에 별이 떨어진다
그들도 아마 혼자일 것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흰 돌이 날아온다
긴장이 감돌고 약간의 살기가 느껴진다
곧바로 나와 똑같은 돌이 던져졌다
아까와는 다른 안정감과 친근함이 느껴진다
적막한 대지에 전운이 감도는 게 이런 느낌일까?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를 감싼다
저기 저 흰 돌의 무리도 그것을 느끼는 것일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흰 돌이 머리를 후려치고 옆구리를 칼로 찌른다
정신이 몽롱하고 피가 뚝뚝 떨어진다
흰 돌이 어깨를 짓누른다
혹독한 겨울이 나를 덮치고 있다
곳곳에 들리는 날카로운 비명이 전쟁터를 실감 나게 한다
숨이 턱턱 막혀오고 나의 호흡은 생명줄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여기서 죽을것인가 ?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나를 목 죄어 온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더 이상 밖으로 나갈 길이 없단다
나는 갇혔고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격렬한 전장터의 피바람이 물러간다
주위 동료들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서서히 죽어간다
아니 죽었는지 모르겠다
이대로 여기서 묻혀야 하는가
나는 살고 싶다
나는 여전히 살고 싶다.
앗! 어디선가 갑자기 검은 돌이 떨어진다
무서운 전투력으로 적진을 돌파한다
그러나 중과부적이다
하나로는 안될텐데..
다시 또다시 하나씩 투하된다
설마 ?
죽어있던 동료들의 호흡이 느껴진다.
삶과 죽음이 뒤바뀌는 것일까?
우리를 억누르던 흰 돌의 포위망이 뚫렸단다
우리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나는 살아서 던져졌고 죽어서 묻혔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살아서 너와 같이 나아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바둑을 매개로 한 글입니다.]
[바둑에는 패라는 수단이 있어서 그 수법을 통해서 떄때로 죽은 돌이
다시 살아나기도 합니다. 물론 댓가는 치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