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이 열리고 비밀은 사라졌다
왕관의 분노가 미궁을 뒤흔들면
애처로운 부자(父子)의 탄식 소리 가득하다
깃털이 새가 된다 날개가 펄럭인다
미궁이 비상하면 미로는 덧없다
오랜 꿈은 열정으로 하늘에 닿았다
기쁨도 한순간 슬픔이 추락한다
자고새의 비웃음이 날개에 스며든다
추락하는 아들은 할 말을 잃었다
멀어가는 아픔만 깊게 깊게 메아리친다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이용해서 탈출에 성공했던 저 미궁은 다이달로스1)라고 하는, 솜씨가 대단한 발명가가 축조한 것이었다. 미궁 속의 길은 이루 셀 수도 없을 정도로 굽어지고 꼬부라져 있으면서도 이 많은 길이 서로 통하고 있어서 도무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 같았다. 이 미궁은 원류를 향해 역류하거나, 앞으로 흐르는가 하면 어느새 뒤로 흐르며 바다로 흘러가는 저 마이안드로스 강과 흡사했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을 위해 이 미궁을 축조했으나 그 뒤에 왕의 총애를 잃고는 탑 속에 유폐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다이달로스는 그 감옥에서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면 부득이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왕이 모든 선박을 엄중히 감시하고 있어서 조사를 받지 않고는 한 척도 통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미노스 왕이여, 땅과 바다를 지배할 수 있어도 하늘은 지배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하늘로 도망쳐 보이리라.」
다이달로스는 자신과 어린 아들 이카로스를 위해 날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새의 깃털을 모아 붙이는데, 가장 짧은 깃털에서 시작해서 점점 긴 깃털을 붙여 나감으로써 쥘부채꼴로 만든 것이었다. 그는 큰 깃털은 실로 매고 작은 깃털은 밀랍으로 붙여, 전체를 새날개처럼 휘어져 보이게 했다.
소년 이카로스는 옆에서 구경하다가 어쩌다 깃털이라도 바람에 날아가면 그걸 줍는답시고 뛰어다니며 놀거나 손가락 끝으로 밀랍을 만지작거려 아버지의 작업을 방해했다. 이윽고 날개가 완성되자 발명가 다이달로스는 그 날개를 어깨에 매고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라 공기에 떠받친 채 공중에서 머물렀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도 날개를 달아 주고,
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마치 어미 새가 새끼 새를 둥지에서 공중으로 밀어내는 것과 흡사했다.
이로써 비행 준비가 끝나자 그가 말했다.
「이카로스, 너에게 이르거니와 반드시 적당한 높이로 날아야 한다. 너무 낮게 날면 바위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에 날개를 이어붙인 밀랍이 녹아 버릴 것이야. 늘 내 옆에 붙어서 날도록 해. 그래야 안전하니까.」
아들에게 주의할 점을 일러 주고, 어깨에 날개를 달아 주는 아버지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손도 떨렸다. 그는 아들의 뺨에 입을 맞추었지만 그것이 마지막 입맞춤인 줄은 알지 못했다.
미궁의 첨탑에서 아들 이카로스의 등을 떠미는 다이달로스
날개를 하나씩 매단 뒤, 미궁의 첨탑에서 아들 이카로스의 등을 떠미는 다이달로스.
이윽고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 아버지는 자기 뒤를 바싹 따르라면서 아들을 격려했다. 공중을 날면서도 아버지는 뒤를 돌아다보며 아들의 날갯짓을 보살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하늘을 날자 농부는 일손을 멈추고 올려다보았고, 양치기는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바라보면서, 하늘을 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신들이지 인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이달로스 부자는 사모스 섬과 델로스 섬을 왼쪽으로 내려다보고,
레빈토스 섬을 오른쪽으로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날았다.
그 때였다. 이카로스는 자기의 비행에 너무 자신을 가졌던 나머지 아버지의 선도(先導)에서 벗어나 하늘에 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글거리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에 깃털을 붙였던 밀랍이 녹아내려
깃털이 삽시간에 빠지고 말았다.
이카로스는 두 팔을 허우적거렸으나 몸을 공기 위로 뜨게 할 깃털은 이미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카로스는 아버지에게 구원을 부르짖으며 푸른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했다. 이 바다는 후일 그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2)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소리쳤다.
「이카로스야, 이카로스야, 대체 어디로 갔느냐?」
이윽고 아버지는 바다 위에 뜬 깃털을 보았다. 그리고는 자기의 기술을 한탄하면서 자식의 시체를 묻고 자식을 기리어 이 땅을 이카리아3)라고 명명했다. 다이달로스는 그로부터 무사히 시실리에 이르렀다. 그는 아폴론를 위해 신전을 세우고 자기 날개를 이 신에게 바쳤다.
이카로스의 죽음을 다윈4)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밀랍은 녹고, 실은 풀려,
날개가 부실한, 불운한 이카로스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발을 뒤틀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 높은 하늘에서
거꾸로 떨어졌다.
흩어진 깃털은 파도에 실리고
슬피 울며 네레이스들은 바다 묘지를
꾸몄으니, 창백한 시신에 진주 같은 바다 꽃을 뿌렸고,
대리석 침상에는 새빨간 해조를 뿌렸으며,
산호 탑에는 조종(弔鐘)을 걸어,
그 슬픈 소리를 바다 저 멀리 전하게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다이달로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2009.6.19, 창해)
@autokjk70님의 이벤트 신청곡 감사합니다.
최호섭님의 세월이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