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소보다 좀 더 일찍 1등기업 기자실에 들어왔다. 아침도 쫄쫄 굶어서 탕비실에 들어갔는데 너무 진한 편의점 음식 냄새가 났다. 인스턴트 고기 핫바나 고기산적 같은 걸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나는 냄새. 아 맛있겠네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좀 있으니 그 냄새가 다가왔다. 그 남기자는 내 바로 옆자리에 커다란 종이컵을 두개 겹친 걸 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왔다갔다 하더니 나무젓가락을 가져와서 맛나게 먹는다. 탕비실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기자실 자리까지 가져와서 온 실내에 냄새를 풀풀 풍긴다. 탕비실 안에 있을 땐 맛있는 냄새지만 기자실로 넘어오면 지독한 노매너의 냄새다. 안에 있던 기자들이 괜히 바로 옆에 있는 나까지 흘끔거릴 정돈데, 둔감한 건가 뻔뻔한 건가.
#2. 어제는 요 기자실에서 나가기 전 공용컴퓨터에 있는 주차정산 프로그램을 실행했는데 처음 접해보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떡하니 뜬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출입에 일정 요건이 필요하지 않아, 아무나 막 들어올 수 있는 출입처에 오면 으레 볼 수 있는 현상이 '공용컴퓨터 점거'다. 기자실 공용컴퓨터는 여기처럼 공통의 용무를 볼 때나, 프린트를 할 때를 위해 준비돼 있다. 근데 일부 언론사 기자라는 사람들은 거기서 일을 한다. 노트북이 없는 회사도 있다. 아니면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안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국회에서도 봤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봤다. 어제의 경우는 공용 컴퓨터에서 자기 일을 하다 못해 아예 브라우저 홈페이지를 자사 페이지로 설정해 놓은 것. 애사심 쩐다.
#3. 나는 통화하는 내용 남이 듣는 게 싫어서 전화도 나가서 하는데 여기 기자들은 참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통화를 한다. 지금도 옆에 앉은 기자가 딱 봐도 홍보맨한테 전화해서 친구처럼 반말을 하면서 넉살 좋게 통화를 하는데 온 기자실에 다 들리는 볼륨이다. 오늘 저녁에 왜 안나오냐 나를 안 보기로 한 거냐, 안 맞는 사람이 있냐. 우리 누구는 오늘 나오고 싶었는데 남편이 야근이라 자기가 애를 데리러 가야 해서 못 나온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음 매우 친한 친구나 애인한테 전화하는 것 같은 목소리다. 이 바닥에서 잘 하려면 요정도의 붙임성이 필요한 건가. 나는 친한 사람이랑도 얘기를 잘 못하는데 이런 된장 클났다.
#4. 그럼 그렇지 홍보팀 얘기 들어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오전에 하루 종일 밥사줄 사람을 찾아 전화를 돌리는 기자도 있단다. 주로 중소업체를 많이 상대하는데 대기업에도 가끔 "밥 한 번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온단다. 홍보팀 입장에선 거절할 수 없어서 나가긴 하는데 기사 얘기도 안하고 밥먹고 술마신단다.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남의 기사 베낀 게 몇 개 올라와 있다고. 대기업에 광고는 어림도 없으니 중소 건설사 등을 찾아다니며 광고영업을 한단다. 직원 수가 몇 명 되지 않아 잘들 유지된다고.
#5. 산업부 와서 처음으로 광고특집이란 걸 해 봤다. 예전에 편집에 있을 때 광고특집면을 해 봤는데 각 기업의 홍보성 기사가 정확하게 똑같은 사이즈로 사진 하나, 기업마크 하나 물려서 바둑판식으로 들어간다. 내용도 참 읽을 것 없었던 기억이다. 상생, 나눔, 사회공헌, 비전 이런 주제인데 희한하게 보도자료를 업체가 아닌 광고국에서 보내준다. 산업부 기자면 먹고 살자니 어쩌겠냐 하고 응당 해야 하는 일인데 차장이 역할을 분담해 주면서 엄청 미안해 하는 거다. "짜증나지만 후딱 해치워 버립시다"라면서. 머 그리 대단한 거라고 저러나 하며 보도자료를 열어봤는데. 이런 개... 홍보선수들이 쓴 자료가 아닌 건 확실하고, 어쩌면 우리회사 광고국 직원들이 그 기업 기사를 찾아서 짜깁기 한 것 같기도 했다. 신문에 도저히 못 실어줄 만큼 느끼한 표현으로 자사를 홍보하는데, 머 건설부문 설명하다 화학부문으로 갑자기 넘어갔다가 다시 건설로 돌아오질 않나. 올해랑 작년이 왔다갔다 하질 않나... 쓸 데 없는 것 다 들어내면 남는 게 없었다. 아 이런 거구나 싶더라. 그냥 키워드를 뽑아서 검색해서 이미 나온 기사들을 참고해서 새로 썼다. 고생했다.
누가 산업부 편하다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