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베토벤이 들었으면 좋아했을 법한 해석입니다. 바크하우스의 피아노 소나타 32번. 깊고 어둡고 무거운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1악장을 보통 인생에 대한 베토벤의 투쟁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바크하우스의 해석은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깊고 무겁지만 거기에 뭔가 해방이 있는 듯한,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희열이 있습니다.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겹겹히 쌓아 놓았을 때 느껴지는 아우라. 키치적 예술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교환되는 상품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그런 아우라가 느껴지는 연주입니다.
저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을 적어 봅니다.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들과 감각들은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것도 고정된 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쫒아갈 필요가 없고 그것들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감정과 감각을 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삶은 자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그 이유는 감정과 감각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불편하고 당장은 감당 못할 것 같은 감정이나 감각이라도, 그들을 마음챙김하면 세월이 쌓입니다. 그것에서 오는 아우라가 있기 마련입니다.
바크하우스의 베토벤 소나타 2악장은 그래서 특별합니다. 쉽게 천상의 노래를 말하지 않습니다. 이전에 무거운 아우라의 배경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흙속에서 난 꽃향을 맡는 듯 합니다. 80년대 야생대엽산차를 마십니다. 오래된 세월 속에서 생겨난 기쁨이 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