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cv입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네요.
전 스승의 날이 돼도 특별히 찾아뵙고 감사를 드리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뭔가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줄 만큼 특별한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닌 듯해요.
사실 교직에 계시는 선생님들 모두가 힘들게 가르쳐주셨는데도 말이죠.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건
예전에 길에서 만났을 때의 이상한 느낌에 대한 기억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은 공경의 대상이라 배웠죠.
그래서인지 전 선생님들이 많이 어려웠어요.
무서운 선생님은 물론 재미있고 비교적 편한 선생님들도
그냥 어려운 어른으로만 느껴졌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젊은 남자선생님으로 체육을 가르치셨죠.
체육선생님이라 체격도 좋으시고 카리스마까지 있으셨지만
저희 반 학생들에게는 나름 자상하게 해주시는 선생님이었어요.
어느 일요일날 초저녁이었어요.
남대문시장을 갔다가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육교를 내려오고 계시는 거에요.
우연히 선생님을 길에서 만난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선생님이 고주망태로 술에 취해서
비틀비틀거리며 육교 난간을 붙잡고 내려오시는 거였어요.
순간 선생님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인사를 하기는 커녕 사람들 틈으로 숨어버렸죠.
숨어서 몰래 보는데 그날은 선생님이 선생님같지가 않고
그냥 무서운 사람으로만 보였어요.
늘 교단에서만 보던 선생님이
길에서 비틀거리며 지나다니는 술취한 사람으로 변신했으니
순간 적응이 안 됐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아빠도 술을 못 드시는 체질이라
평소에 술에 취한 사람을 거의 보지를 않고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그 땐 참 이상했어요.
선생님이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다니...
그리고 선생님이 왜 혼자일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외로워 보인다고 할까...
그 날 이후로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났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전 선생님을 우리와는 동떨어진 존재로
마냥 높고 아주 큰 어른으로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 때는 다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참 많이 달라졌죠.
선생님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같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구요.
교권이 전에 비해 많이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배우는 것도 어렵지만 가르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은데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좋은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잘못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정말 이상한 교사들도 있긴 하지만
가끔 선생님을 폭행하는 아이들까지 뉴스에서 나오는 걸 보면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죠.
비교할 건 물론 못 되겠지만
저도 예전에 화실에서 아이들 그림을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참 조심스럽고 힘들다고 느꼈거든요.
잘못된 촌지 문화는 당연히 없어져야겠지만
요즘 스승의 날은 순수한 의미의 꽃 한송이, 음료수 한 잔도 주지 못하게 됐으니
너무 삭막하게 변하는 건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