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不殺人, 藥不活人, (병은 결코 사람을 죽일 수 없고, 약은 결코 사람을 살릴 수 없다.)내 병은 내가 고친다.
『동의보감』의 '소변(小使)'문(門)에서는 오줌이 만들어지는 이치와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병, 오줌이 저절로 흐르는 병, 오줌이 방울방울 져서 나오는 임병(淋病) 등 오줌과 관련된 병을 망라한다.
오줌은 어떻게 해서 나오는가
한의학에서는 오줌을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대장으로 내려가면서 하초의 영향으로 걸러져 방광으로 스며들어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줌은 방광에 저장된다. 방광에서 오줌을 담아둘 수 있는 것은 방광 가운데 포(脬, 주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방광에 저장된 오줌은 아무 때나 흘러 내려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방광 위에는 구멍이 있지만 아래에는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화 작용이 있을 때만 몸 밖으로 나가게 된다. 기화 작용이 있으면 소화된 진액(津液)이 포의 겉으로 스며들게 되고 포의 아래에 있는 빈 곳에 모였다가 오줌이 되어 오줌길로 나온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방광은 진액을 저장하는 곳이며, 오줌은 기의 작용에 따라 나간다. 기가 가면 물도 나가고 기가 막히면 물도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줌 색깔로 몸의 상태를 안다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는 망진(望診), 문진(聞診), 문진(問診), 절진(切診) 등 네 가지 진단법[四診]을 진단의 기초로 삼는다. 망진의 방법으로 얼굴이나 혀의 상태를 보는 것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지만, 오줌의 색깔과 청탁(淸濁)을 보는 것도 주요한 망진법의 하나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오줌의 색깔과 청탁을 보아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싣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줌이 노랗다면 아랫배나 간에 열이 있기 때문이며 붉은색을 띠면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흰색을 띠면 하초의 원기가 허하고 차갑기 때문이다. 오줌이 쌀뜨물같이 탁하다면 몸에 습한 열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오줌병의 증상과 치료
『동의보감』에서는 오줌병을 오줌이 시원스럽지 않은 소변불리(小便不利),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小便不通], 배꼽 아래가 조여들면서 오줌이 나오지 않는 전포증(轉脬證), 무엇을 토하려고 해도 잘 안 되고 오줌을 내리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관격증(關格證), 오줌을 잘 참지 못하는 소변불금(小便不禁), 오줌이 방울방울 흐르는 임병(淋病) 등으로 나누어 논한다.
오줌이 시원스럽게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동의보감』에서는 오줌이 잦으며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는 원인으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는 계속되는 설사로 진액이 적어져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이럴 때는 소변 길을 터주면 해결된다. 둘째는 열이 하초를 공격하여 진액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럴 때는 소변을 조금씩 스며 내려가게 해주면 된다. 셋째는 비위(脾胃)의 기운이 잘 돌지 못해 물이 돌아가는 길이 순조롭지 못한 경우이다. 이럴 때는 기운을 순조롭게 해주면 된다.
오줌이 나오지 않는 증상
『동의보감』에서는 오줌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을 폐(閉)와 융(癃) 등 두 가지 경우로 나눈다. 폐란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병을 말하고, 융이란 늘 소변이 나오지 않는 만성병을 가리킨다. 폐 때는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결국은 나오지 않으며, 융 때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하루에 수십 번, 심지어는 백여 번 씩 소변을 본다.1)
오줌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우선 토하게 하여 기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쓴다. 이것은 기가 물을 떠받들고 있기 때문에 기가 올라오면 물은 저절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한 설사시키는 방법도 쓰는데, 이는 대소변에 관계하는 맥락(脈絡)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토하게 하는 데는 이진탕이나 팔정산2) 등을, 설사를 시키는 데는 신보원 등을 처방한다.
전포증
전포증(轉脬證)이란 배꼽 아래가 조여드는 것 같으면서 매우 아프고 오줌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이는 오줌을 참기 때문에 생긴다. 즉, 오줌을 억지로 참거나 오줌을 누고 싶을 때 빨리 달리거나 배불리 먹어 오줌을 참든가 오줌을 참고 성생활을 할 때 생긴다. 오줌을 참으면 물의 기운이 거슬러올라 기가 방광을 압박하므로 그 결과 방광이 뒤틀려서 전포증이 된다.
전포증은 임신부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원래 몸이 약한 여성, 우울증이 있는 여성, 성질이 조급한 여성, 맛 좋은 것을 많이 먹는 여성이 임신할 때 이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동의보감』에서는 전포증에 음양울법(陰陽熨法) 실천을 권한다. 이 방법은 오줌이나 대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먼저 찬 것으로 아랫배를 문지른 다음 더운 것으로 문지르기를 반복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밖에도 파 밑 부분을 잘라 볶은 것으로 배꼽 밑을 찜질하거나, 소금을 배꼽 위에 두고 뜸을 뜨거나 우렁이를 배꼽에 붙여도 오줌이 나온다고 한다. 약재로는 포황산 등을 처방한다.
관격증
관격증(關格證)이란 위로는 토하면서 아래로는 오줌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관격은 오줌이 안 나오는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한 증상이다. 일찍이 『영추(靈樞)』는 이 원인을 오장에 있는 음의 기운과 육부에 있는 양의 기운이 모두 고르지 못해서 생기는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육부에 사기가 머물면 양맥이 고르지 못하다. 양맥이 고르지 못하면 기가 머물게 된다. 기가 머물면 양맥이 성한다. 오장에 사기가 있으면 음맥이 고르지 못하다. 음맥이 고르지 못하면 혈(血)이 머물게 된다. 혈이 머물면 음맥이 성한다. 음기가 몹시 성해서 양기와 서로 조화되지 못하는 것을 격(格)이라 하며, 양기가 성하여 음기가 조화되지 못하는 것을 관(關)이라 한다. 음양이 다 성하여 서로 조화되지 못하는 것을 관격이라 한다. 관격이 되면 제 나이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
관격증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설사를 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막힌 기운을 소통시켜 주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위해 대승기탕 등을 쓸 것을 처방한다.
오줌이 절로 나오는 병
오줌이 나오지 않는 것과는 반대로 자기도 모르게 오줌이 나오는 병도 있는데 이를 유뇨증(遺尿證)이라 한다. 유뇨증은 방광이 수축하지 못해 생긴다. 신장과 방광이 다 허하면 방광 안의 기운도 충실하지 못해 방광이 저절로 열리므로 자신도 모르게 오줌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밤에 음기가 성해지면 더 심해진다. 또 하초에 혈이 쌓여 있거나 허로(虛勞)로 속이 상해도 오줌이 절로 나온다.
『동의보감』에서는 『내경(內經)』을 인용하여 '물의 근원은 신장에 있고 그 끝은 폐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천하의 물이 아래에서 위로 두루 통하므로 하초뿐 아니라 폐가 허해도 오줌이 절로 나오는 것을 뜻한다. 유뇨증 때에는 축천원 등을 처방한다.
임병-오줌이 방울방울 나오는 병
임병(淋病)은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잘 나오지 않으며, 눌 때 통증을 느끼며, 오줌이 나오다가도 곧 막히는 증상을 가리킨다. 임병은 신장이 허하고 방광에 열이 있기 때문에 생긴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임병은 오늘날 특정 성병을 지칭하는 임질(淋疾)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임병으로 다음 8가지를 든다.
• 노림(勞淋)-몹시 피곤하여 허손(虛損)되거나 과도한 성생활로 인해, 또 성생활을 하면서 정액을 내보내지 않아 정액이 아래로 스며내려가 생긴 임병이다. 아랫배가 켕기면서 아프다. 익원고진탕 등이 좋다.
• 혈림(血淋)-오줌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때로 피가 섞여 나오고 아프며 아랫배가 그득하며 켕기는 것이다. 도적산 등이 좋다.
• 열림(熱淋)-열이 있으며 붉은 오줌이 시원하게 나오지 못하고 찔끔거리며 나오면서 배꼽 아래가 아픈 것이다. 자신환 등이 좋다.
• 기림(氣淋)-오줌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계속 방울방울 떨어지고 아랫배가 불러오르고 그득한 것이다. 팔물탕을 쓴다.
• 석림(石淋)-음경 속이 아프면서 속으로 땅기고 오줌이 잘 나오지 않으며 아랫배가 팽팽하게 불러올라 몹시 아프고 오줌으로 모래나 돌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다. 지각산을 달인 물로 내복단을 먹는다.
• 고림(膏淋)-기름 같은 오줌이 나오면서 음경 속이 저리고 아픈 것이다. 녹각상환 등을 쓴다.
• 사림(沙淋)-기름이 엉긴 것이므로 쉽게 풀린다. 반면에 석림은 뭉쳐서 덩어리가 된 것이므로 잘 풀리지 않는다. 이신산 등을 쓴다.
• 냉림(冷淋)-추워서 떨다가 오줌이 조금씩 자주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냉기와 정기가 싸우다가 냉기가 이기면 추워서 떨다가 임병이 생기고 정기가 이기면 추워서 떨리는 것이 없어지고 오줌을 제대로 누게 된다. 팔미환 등을 쓴다.
위의 8가지 임병 이외에 『동의보감』에서는 어린아이에게서 생기는 임병을 특기한다. 이는 아이의 아버지가 먹던 약의 여독이 태아에게 전해져 아이의 명문(命門)에 남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이해된다.
오줌이 뿌옇게 되는 증상
오줌이 뿌옇게 되는 증상을 적백탁(赤白濁)이라고 한다. 이때는 벌거면서 흐리거나 뿌여면서 위에 기름 같은 것이 뜨고 여러 색깔로 나타난다. 곱(기름)이나 쌀뜨물, 가루풀, 벌건 고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습한 열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줌이 흐린 것은 여름에 흙이 굳지 않아서 물이 흐린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적백탁의 치료는 습한 것을 마르게 하고 화(火)를 내리면서 정기를 끌어올리는 성반합분환 등을 쓴다.
음경 속이 가렵거나 아픈 증상
아직 성 기능이 성숙되지 못한 소년이 성생활을 하거나 성 기능이 쇠약해진 늙은이가 억지로 성생활을 하면서 정액을 내보내려 하면 정액이 나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경 속이 아프면서 오줌이 잘 나오지 않아 결국은 임병이 된다. 정액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것을 다시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이때는 삼령호박탕 등을 처방한다.
고병·백음·포비증·교장증
이상에서 말한 오줌병 이외에도 『동의보감』에서는 오줌과 관련된 병으로 고병(蠱病), 백음(白淫), 포비증(脬痺證), 교장증(交腸證) 등을 더 든다.
고병이란 아랫배에 열이 몰려서 아프고 오줌에 허연 것이 섞여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열이 속에 몰리면 벌레가 먹는 것처럼 힘살이 늘어져서 생긴다. 벌레가 먹은 것 같기 때문에 이 증상을 '고(蠱)'라고 한다. 이때는 육종용환을 처방한다.
백음이란 성기가 쪼그라들고 정액이 절로 나오고 정액과 함께 허옇고 뿌연 것이 같이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이는 성생활에 관한 욕구가 지나치거나 성생활이 지나칠 때 생긴다. 이때는 반령환 등을 처방한다.
포비증은 오줌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멀건 콧물이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아랫배와 방광 부위를 누르면 속 아픈 것이 끓는 물을 퍼붓는 것 같은 증상을 수반한다. 콧물이 잘 나오는 까닭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풍, 한, 습 등의 사기가 코와 연결된 경맥인 족태양경(足太陽經)을 해치기 때문이라 한다. 이때는 파극환 등을 처방한다.
교장증은 여자들에게서 나타나는데, 소변에 대변이 섞여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이는 외상이나 출산 후유증, 혹은 선천적인 이유로 여자의 요도와 항문, 혹은 직장이 통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오령산 등을 처방한다.
술이 물보다 빨리 소변으로 나오는 이유는
『동의보감』에서는 오줌병에 덧붙여 오줌과 관련된 두 가지 궁금증을 다룬다. '왜 젊은이와 늙은이의 오줌 양에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이 첫 번째 질문이고, '왜 술을 마시면 물을 마실 때보다 일찍 오줌을 누게 되는가?' 하는 것이 두 번째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마시는 물의 양은 같더라도 젊은이는 오줌이 몹시 적고 늙은이는 양이 많다. 이것은 젊은이는 봄이나 여름의 기운과 같으므로 올라가는 것이 많고 내려가는 것이 적으며, 늙은이는 가을이나 겨울 기운과 같으므로 내려가는 것이 많고 올라가는 것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마시면 음식이 소화되기도 전에 오줌이 나오는 질문에 대해서는 '술은 숙성시킨 곡식으로 만든 액체이므로, 그 기운이 날래고 맑기 때문에 음식보다 나중에 먹어도 음식보다 먼저 나온다.'고 답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대장으로 내려간 음식물 중의 수액이 여과되어 방광으로 스며들어간 것이 소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양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소변은 혈액이 신장에서 걸러지면서 혈액 내의 노폐물들이 액체의 형태로 체외로 나가는 것이다. 소변의 기원이 음식물과 혈액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일단 걸러진 액체로 본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또한 서양 의학에서는 소변을 우리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의 배설로 보는 데 비해, 한의학에서는 소변을 단순히 불필요한 노폐물로 보지는 않는다. 그것은 소변을 약으로 쓰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탕액」편 '인(人)'문 참조).
한편, 『동의보감』에서도 오줌을 진단의 단서로 삼고 있으나 오줌에 굉장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티베트 전통 의학에서는 오줌의 색깔, 기미, 오줌 속 기포의 존재 여부, 부유 물질의 유무와 그 색깔과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 진단에 중요한 단서로 삼는다.
구체적인 질병에서 한 가지 언급할 것은 우리가 아는 임질(淋疾)은 특정한 종류의 성병을 가리키는 것에 반해 여기에 나오는 임병은 보다 광범위한 질병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