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주 무대가 되는 미국 정치영화는 오랫동안 좋은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최근에 네플릭스를 통해 배포되는 두 영화가 모두 백악관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영화이면서도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사뭇 대비되어 매우 재미있다.
지정생존자! 원제는 Designated Survivor. 미국에도 대통령이 유고시에 권력을 이양받는 순위가 정해져 있다. 톰 커크만(키퍼 서덜랜드 분)은 우리로 치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서열이 매우 낮은 사람인데 대통령을 포함한 장관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가 테러를 당해 모두 사망함으로써 졸지에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하우스오브카드에서도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가 부통령으로 있다가 대통령이 사임함으로써 임시로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이다.
두 영화 모두 선출직으로 당선되지 않는 대통령들이 등장하는데 이 두사람이 가진 정치적 이상과 행보는 너무나 다르다. 톰 커크만은 그야말로 현실에선 찾기 어려운 이상적인 대통령이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그의 인생엔 오로지 국가와 시민들의 안위와 행복만이 있을 뿐이다. 권력을 향한 욕망은 찾아볼 수 없고 그를 적대시하는 어떤 정치세력이나 사회단체도 포용하려 든다.
반면 하우스오브카드의 프랭크 언더우드는 권력을 쥐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사람이다. 이 또한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극단적인 설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살인자라니! 하지만 버락 오바마는 하우스오브카드를 가장 즐겨 본다고 했다. 참 재미있는 나라다.
어제 박근혜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서 변호인단을 모두 사임시켰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법치를 부정한 것이다. 박근혜 입장으로선 지금 제대로 실형을 받으면 영어의 몸으로 생을 마감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누가 뭐라하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할 것이다. 또한 박근혜가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트랙을 생각하면 이 또한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박근혜는 어찌 되었든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국정원의 댓글 등 정치 권력의 선거 개입도 의심되고는 있지만 박정희, 전두환 등 쿠테타로 권력을 빼앗은 인물도 있는 나라에서 그 정도면 많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권인 셈이다. 그런 박근혜가 마침내 법치를 부정하며 재판장에 서있다. 그는 청와대에서 뭘 했을까? 톰 커크만과 프랭크 언더우드 사이에서 그는 어디 쪽에 더 가까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