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이야깁니다.
친구가 전세집을 알아보기 위해 평소 관심 있던 지역의 부동산에 갔드랬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부동산 업자분이 매물을 몇 개 보여주시더랍니다.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찬찬히 매물을 살펴봤죠. 궁금한 것이 많아 이것저것 다양한 질문을 하는데, 자꾸 업자분이 대답은 건성건성 하시면서 이거 빨리 계약 해야 한다고, 지금 안하면 금방 나간다고 재촉하셨다더군요. 그럼에도 친구는 차분히 자료를 살펴보고 몇 일 간격을 두면서 그 부동산에 몇 번 더 방문했다더군요. 방문할 때마다 업자분은 계속 다른 사람이 알아보고 있다고,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물건이 나간다고 재촉했다는군요. 평소 화도 안내고 조용조용한 친구가 갑자기 열 받아서 한 마디 했더랍니다.
"전 이 집 맘에 들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 다른 사람이 그 사이에 계약하면 제 집 아닌가 보죠. 그만 좀 하세요"
친구는 그 뒤로 몇 주나 더 알아본 후에 결국 처음 알아보았던 그 집을 계약해서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그 집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알아보면서 부동산 공부를 충분히 한 후,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더군요.
"지금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바로 하지 않으면 못따라잡는다"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망한다"
이것은 결코 잘못된 말은 아닙니다. 특히 하루하루 빠르게 여러가지가 바뀌는 지금같은 시대에는 사실에 가까운 말이기도 합니다. 서둘러서 결정하지 않으면, 당장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이든 뭐든. 이것은 단순한 위협이나 불안에서 나온 말인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고 확신시키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 합니다. 우연히 어떤 좋은 것을 손에 넣어도, 그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금새 잃어버리고 말죠. 아무리 좋은 것이 손 안에 들어와도, 내가 확실히 납득할만큼 좋다고 인식하는 것만을 지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 먼저 어떤 것의 가치를 알아보고 선점한다면, 그것은 운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그 만이 가진 능력 덕분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정말 다양하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죠.
세상엔 복이 많은 사람, 운이 좋은 사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능력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아무리 급히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발빠르게 움직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냥 인정해 버리면 되는데, 인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고, 나라고 딱히 더 떨어진다는 생각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죠.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자신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준비해서 확신이 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남들보다 더 걸린다면, 지금 이 순간엔 그게 그냥 능력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노력과 공부를 통해 극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고, 어떤 것은 타고남이 부족해서 닿지 못할 수도 있죠.
철저히 혼자가 되어, 차분히 천천히 자신의 마음 속에 확신을 쌓아가는 경험이 필요한 듯 합니다. 그것은 곧 나를 아는 길이기도 하겠죠. 무리해서 욕심을 부리면, 가진 것도 잃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많은 것은 운과 타고난 능력과 조건으로 결정 됩니다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신이 급하게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서, 빨리 결정하지 않아서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생각 합니다. 잘못된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만 늘어날 뿐이죠.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 자신을 탓해서는 안되는 것까지도 우리는 자기 자신을 탓하며 스스로 불행해지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주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다 문득 좀 더 천천히 나를 이해시키고 확신을 가지며 남들보다 천천히 가자는 결심을 마음 속에 담아보기로 했네요.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내 인생의 맛을 음미하며 살기 위해 저는 좀 천천히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