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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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스페인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에 멕시코에서 돌아왔죠. 보통 한국 학생들에게 가장 쉬운 것은 국어고, 가장 어려운 것은 영어와 수학이겠지만 제 경우엔 그 둘이 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것은 국어였습니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중에서 가장 앞부분 5년이 없는거니까요.

뭐 정서적으로도 좀 힘들었습니다. 스팀잇에서 이 글을 읽으실 많은 분들은 영화 '변호인'과 '1987', '말죽거리 잔혹사', '친구' 등으로 제 고등학교 시절을 보셨을 겁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국기하강식을 하고 전국민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하는 나라는 민주적인 국가라고 할 수가 없죠. 제가 갔던 스페인은 군사독재자인 프랑코가 막 죽고 민주적 헌정질서를 찾아가던 시절이었고, 멕시코는 대통령 직접 선출권은 행사할 수 있었던 나라였거든요. 학교 분위기도 많이 달랐죠.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많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면서 이야기하는게,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하늘이 맑은 나라"라서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가르쳤단 말이죠. "연간 기온변화가 20도 이하인 국가들에서 살다가 50도 이상인 나라로 오니까 불편한게 훨씬 더 많던데 왜 좋은 나라라고 해야 하는거죠?"라고 물으면 선생님께 대든다고 맞았습니다.

스페인과 멕시코의 학교에서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딱히 의미가 없었습니다. 다 같은 동양인이고 인종차별 대상이 되기 쉬웠거든요. 아시아계 학생들은 항상 같이 다녔고 허튼 짓 하는 놈이 있으면 같이 혼내줬었습니다. 그러니 반일감정 같은 것도 좀 낯설었죠.

87년에 직선제를 쟁취하고도 졌죠. 전 한 해 재수해서 대학 가는 바람에 그 2년 뒤에 대학생이 됐습니다만, 들어가서도 좀 깼어요. 영어 공부하겠다고 뉴스위크반에 들어갔더니 종종 시커멓게 먹지가 된 페이지들을 보게 되었거든요. 주로 북한 이야기거나 노태우 정권에 대한 비판 기사들이 그렇게 처리되었습니다. 솔직히 한국 제품들이 외국에서 좀 팔린다는 기사들을 보면 비웃었죠. 싸구려로 팔리는거 잘 아는데 그게 나라가 자랑스러워야 할 일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인도대륙과 연결되면서 많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 최대의 치부는 국토면적의 상당부분을 모택동주의를 표방하는 게릴라 집단에게 내주고 있다는 겁니다. 인도의 자르칸드주, 비하르주, 오리싸주, 그러니까 한가운데에서 북쪽과 동쪽 방향의 지역에서 경찰서장 혹은 경찰정보과 책임자가 목이 잘려 효수되었다는 신문기사 찾아보는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공산 게릴라군 소탕작전을 펼쳐서 몇 명을 잡았다는 기사 보는 것도 어렵지 않구요. 심지어 이들과 연관된 이들은 지금 네팔의 집권세력입니다. 공산당 연립정당이 네팔 집권세력이지요. 공산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니라 2008년 제헌의회에서 처음 정권을 잡았고, 지금은 2015년 제정된 공화국 헌법에 의해 선출된 권력입니다.

이 양반들이 총 들고, 혹은 선거에 나가서 얻어내려고 하는것, 우리는 1950년 3월 이전에 끝냈던 겁니다. 당시 전체 농가의 75%가 소작농으로 수확한 것 대부분을 지주에게 줘야 했는데, 누구든 지주에게 수확한 작물의 3할을 5년간 상환하기만 하면 그 땅은 자기 땅이 되는 것이었죠. 심지어 이 조건은 북한에서 했던 토지개혁보다 훨씬 더 나았습니다. 북한식 토지개혁은 25%를 영원히 국가에 내야 했던 것이거든요. 북한의 토지개혁이란 지주가 개인에서 국가로 바뀌면서 뜯어가는 것만 좀 준 것이었던 겁니다.

인도에서 브라만은 신을 찬양하는 고귀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농사일을 지으면 안됩니다. 지주여야 하지요. 그리고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하루에 1~2달러 정도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이런 농민들보다 더 못한 처지인 사람들도 많지요. 여기에 분노한 일군의 대학생들이 봉기한 마을이 인도 웨스트벵골주 낙샬바리라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인도에서 모택동주의 공산 게릴라는 낙샬라이트라고 불리죠.

태어나면서 부터 갖고 있는 것은 자랑하는 것은 본인이 정유라랑 동급이라는 걸 인증하는거죠. 하지만 본인이 성취한 것은 자랑스러워할만 합니다. 그것도 우리가 한 대륙이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두 세대 전에 해결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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