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감기조차 치료하지 못한다’라는 경멸을 품은 주장을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주장의 진위가 아니라 (진실이긴 하니까) 그 안에 숨은 암시다. 현대 의학으로는 감기조차 치료하지 못하는데 암 연구에 수조 달러를 들이붓다니 터무니없지 않은가, 라는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법 보편적인 오해가 숨어 있는데, 바로 임상에서 가벼운 증세를 보이는 질병은 원인 또한 단순하며, 심각한 질병은 상당히 복잡하고 그에 비례해 원인을 판별하거나 치료하는 일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리고 양쪽 명제 모두 사실이 아니다.
피터 브라이언 메다워, 《젊은 과학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