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 1회 현대무용 레슨을 받고 있다.
7살 때부터 약 2년 간 학원에서 발레를 배웠었고, 그 이후로는 춤을 배운 적이 없다.
거의 20년 전이니 기억이 잘 날 리가 없다.
중학교 때에도, 고등학교 때에도, 대학에 와서도 항상 춤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학창시절에는 부모님 때문에 배우지 못했고, 4년 전에는 유명하다는 댄스 시어터에서 재즈 기초반을 수강했다가 이미 너무 굳어버린 나의 몸과 다른 수강생들과의 갭 때문에 두 번의 수업 후 포기를 했었다.
작년에 다시 춤 배우기를 시도는 했었다.
스트릿댄서 분에게 한 달 동안 1:1 레슨을 배웠는데
역시 빠른 음악에 나의 몸이 적응을 잘 하지 못했고, 여차저차 2절까지 완성은 했지만 단순히 안무를 배운 것일 뿐 춤 실력을 기르는 데에는 그닥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는 정말 다시 현대무용을 배워야 겠다고 다짐하고, 지난 달 부터 레슨을 받고 있다.
선생님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원 창작과를 전공하셨고, 25살이고 아직 졸업은 안 하신 걸로 안다.
댄싱9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김설진님과 듀엣 무대를 했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명성이 있는 무용단 소속이기도 했고, 여러 콩쿨에서 무용가로써 화려한 이력을 쌓으셨다.
현재 자신의 무용단을 만들어 예술감독을 하면서 여러 작품을 만들고 계신데,
수입원은 레슨을 하는 것이 전부다.
나는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갔었고, 잠시나마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이가 들 수록 현실에 대한 압박이 밀려오고 여러 고통과 고뇌가 작품에 녹아져 있었는데,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 사람들은 정말로 나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동정 혹은 위로를 한다고 했다.
나는 그간 레슨을 받으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만둘까 잠시 갈등이 들었었다.
내가 취미로써는 너무 과분한 지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역시 너무 늦었나? 몸이 왜이렇게 안 따라주지 등등 수많은 고민을 했었다.
나는 취미지만,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춤을 잘 추고 싶었고, 평생의 취미로 안고 가고 싶었다.
리듬을 들으면 머릿 속으로는 안무가 그려지기도 하는데,
현실에서의 몸은 시궁창ㅋ
발레의 기본인 플리에를 하는데 정말 때려치고 싶었다.
내가 원래 몸의 균형이 그렇게 있는 편도 아니거니와, 선생님에게는 그 쉬운 동작들을 하는데 그 기본마저 잘 외우지도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최상의 기술을 뽐내는 무용단원들을 데리고 작품을 만드셔야 하는 분이
나같이 초보 중의 초보를 데리고 레슨을 해야만 한다니....
가르치는 걸 업으로 하는 분들은 취미 대상의 수강생들이 잘 못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니
못하더라도 아주 친절히 알려주는 데에 익숙하다.
하지만, 창작을 해야하는 분이 나같은 사람을 가르치려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은 수업 내내 처음에 스트레칭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를 가르치며 표정이 좋으신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취미로 하는건데 좀 더 기분 좋게 배울 수는 없나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잘 따라가려면 주 1회 레슨을 받을 때 말고도 평소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막 바닥을 구르고 해야 하니 돈 내고 연습실을 대관하지 않는 이상 마땅히 연습할 장소가 없다.
집도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라 그리 넓지도 않다.
연습을 못하면 계속 쌤에게 혼나야 하는데 ㅠㅠㅠㅠ 그것도 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레슨을 계속 받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처음 '숨은 고수'라는 어플에서 레슨 요청을 하고 여러 고수들이 나에게 견적서를 보내오면 내가 그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내가 답장을 하지 않자, '어떻게 생각해 보셨나요?' 라며 늦은 시간에도 계속 메시지를 보내셨다. 나는 선생님이 유명하기에 이미 알고 있었고, 취미로써는 꽤 비싼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제는 무용을 배울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아 수락을 했다.
그런데 내가 7번의 수업을 받은 후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느껴졌다.
둘 중 하나였다.
레슨 외의 시간에 내가 돈을 더 들여 연습을 하든지, 하니면 그만두든지.
하지만 그만두는 선택은 절대로 하기가 싫었다.
선생님께 내가 스팀잇에 대해 소개를 한 적이 있었는데, 두 차례나 이것에 대해 또 물어보셨다.
영상을 올려도 되냐고, 그리고 글 하나당 얼마를 받냐고..
스팀잇이라는 게 초기의 어떤 진입장벽?도 있고 룰을 이해하려면 또 시간이 걸리고
아주 수준 높은 영상을 올렸는데 반응이 없으면 정말 힘이 빠질 수도 있으니
별로 추천드리고 싶진 않았다.
음.. 뭐랄까 글을 쓰는 것이 업이 아닌 이상 스팀잇을 하는 시간 조차도 선생님께는 아깝다고 느껴졌다.
내가 '선생님께' 레슨을 계속 받고자 하는 것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누군가 선생님에게 보낸 동정이 아니라, '존경' 때문이다.
선생님의 공연을 본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그러한 작품들을 계속해서 보고 싶었다.
무용을 더 잘 '가르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해서 선생님께 연이 닿는 데까지 배우고
나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오늘은 자막없이 영화를 보며
집에서 탄 듀, 데가제, 롱 드 잠을 연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내 골반이 이상한듯.
다리 교정 수술을 받으면 고관절이 제 위치로 돌아온다는데.. 받고 싶을 정도다.
여튼 플리에 말고도 컴비네이션 하나를 다 외워서 돌아오는 일요일까지 연습해 가야한다 ㅠㅠ
이런 말도 떠오른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선생님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제가 멍때리는 게 아니라, 집중을 안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되는 것 뿐이에요 ㅠㅠ